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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가로수길, 예술을 걸다

239 창원 가로수길 전시프로젝트 GOS 미리보기

  • 기사입력 : 2015-12-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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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창원시 용호동 카페 비바에서 이해동 작가가 작품을 걸고 있다./전강용 기자/


    “사람들이 주로 이쪽에 앉으니까 이 벽에다가 50호를 걸면 좋겠어요. 작은 거 두 개는 이쪽에 채우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네 작가님, 두 개 나란히 해서 저쪽 벽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 작가님 작품이 우리 가게 인테리어 톤이랑 되게 잘 맞네요. 그런데 그림들 속에 새가 항상 등장하네요? 무슨 의미예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 창원 용호동 가로수길(메타세쿼이아 카페거리) 카페 비바에서 벽면에 회화작품을 내걸며 카페 주인과 이해동 작가가 나누는 대화다.

    상설 갤러리도 아닌 일반 카페에서 개인전을 연다고? 언뜻 보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밖으로 나와 다른 가게를 향했다. 평소, 마마스핸즈, 렉스, 어바웃제이, 팬아시아…

    가로수길을 걷다가 눈에 쉽게 띄는 곳이거나 혹은 한번쯤은 들어가본 곳들이 갤러리로 변해 가고 있다.


    ◆GOS(GAROSOO OPEN STUDIO)가 뭐예요?

    239 창원 가로수길 전시프로젝트 GOS(가로수길 오픈 스튜디오)가 3일부터 창원 가로수길 일대에서 열린다. 가로수길 오픈 스튜디오란 가로수길에 있는 상점과 작가를 연결해 상점을 갤러리이자 작가의 열린 전시·소통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전시 기획을 뜻한다. 작가 한 명이 각자 한 가게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작품을 갖고 개인전을 여는 것과 동시에 가로수길 전체가 참여 작가의 그룹전이 열리는 공간으로도 변하는 셈이다.

    연인, 친구와 또 가끔은 혼자 가서 저녁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던 공간이 작가들의 작업실로도 활짝 열렸다. 지역 예술 커뮤니티인 바인딩, 길모퉁이문화사업단, 노유, 펀빌리지가 의기투합해 일을 벌였고, 지역 청년작가들과 가로수길의 상점들이 힘을 모았다. 식당, 보석가게, 공방, 카페 등 참여 가게는 13곳, 참여 작가는 모두 14명이다. 길을 지나다 보니 한 곳 건너 한 곳이 가로수길 오픈 스튜디오 포스터가 붙어 있는 갤러리가 됐다.

    ◆BOS가 GOS로!

    가로수길 전시프로젝트 GOS 아이디어는 바인딩의 정진경 작가로부터 시작됐다. 정씨가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본 ‘아트 인 부시윅’(Arts in Bushwick)에서 가로수길 오픈 스튜디오의 영감을 얻었다. 브루클린 내 부시윅 지역 작가들의 단합으로 2007년부터 시작된 아트 인 부시윅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참여해 활발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오고 있다.

    매년 6월 첫 주말 3일동안 이뤄지는 부시윅 오픈 스튜디오(BOS: Bushwick Open Studio)는 수많은 작가들이 본인의 작업실을 외부인에게 공개하고 수많은 상점과 거리에서는 즉흥 전시가 이뤄진다. 처음에는 소규모의 오픈 스튜디오였지만 점차 확대돼 다양한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지금은 뉴욕에서 가장 큰 오픈 스튜디오 페스티벌로 각광받고 있다.

    청년 작가들의 모임의 장소이자 지역민들과 자신의 예술세계를 공유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침체돼 있던 부시윅이 다양한 분야의 젊은 작가들의 커뮤니티가 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다양한 상점들, 갤러리가 넘쳐나는 곳으로 변모해 자연히 거리는 활기를 띠게 됐다. “가로수길의 지리적 특성과 아트 인 부시윅의 장점을 잘 융합하면 가로수길도 먹거리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넘쳐나는 활기찬 곳으로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정진경 작가의 참신한 생각이 작가들과 상점 주인들의 마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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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어떤 전시를 볼 수 있나요?

    이번 가로수길 오픈 스튜디오 참여작가는 감성빈·강동현·김주영·노순천·안문수·엄혁재·장두영·정진경·탁영우·강창호·이해동·송송이·장건율·세실로 모두 14명이다. 전시 공간은 마마스 핸즈, 팬아시아, 더 렉스, 카페 비바, 이강, 위켄드테일러, 평소, 카페 하우, 앤소유, 어바웃제이, 디젤, 렛25, 커피플리즈 13곳이다. 카페 비바와 커피플리즈에서는 작가 두 명이 공동으로 전시한다.

    유화, 일러스트, 설치미술, 조소, 영상 등 장르도 다양하다. 관심 있는 장르를 골라서 봐도 좋고 이참에 전 장르를 가볍게 살펴보겠다는 마음으로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도 좋다. 가로수길을 걷다가 가로수길 오픈 스튜디오 포스터가 붙어있는 상점에 들어가면 된다.

    가게에서 커피나 물건을 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카페 비바 박은지 사장은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서 마음 편하게 보고 갔으면 좋겠다. 예술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아티스트들이 어떤 생각으로 작업을 하는지 늘 궁금했고,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역할 자체로 아주 보람차다”고 말했다.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

    ‘오픈 스튜디오’라는 취지에 맞게 작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시선을 끈다. 전시 오프닝으로는 오픈 스튜디오에 참여하는 작가 14명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3일 오후 7시 카페비바. 참여 상점, 지역민, 작가가 한데 모여 예술에 대해 가볍지만 진솔한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 주최측은 내다봤다. 9일과 23일 오후 3시에는 ‘삶의 이야기가 작업이 되다’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장두영 작가, 정진경 작가가 카페 비바에서 지역민, 예비 작가들과 자신의 예술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또 ‘나를 표현하는 빛그림 만들기’를 주제로 워크숍도 진행될 예정이다. 모션그래픽을 이용해 ‘나만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선착순 다섯 가족의 예약을 받는다. 16일 오후 7시 팬아시아 옆 주차장. 그밖에 작가 14명의 작품을 다 관람한 뒤 스탬프에 각 상점의 도장을 받아 마마스핸즈로 가면 소정의 상품도 받을 수 있다.

    ◆GOS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경남 문화예술계의 고질적 문제는 바로 예술계가 젊은 작가들을 수용하지 못해 이들이 지역을 떠나거나 붓을 꺾는다는 것이다. 도내 한 미술단체 회원 A씨는 “젊은 작가들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갤러리는 소위 ‘돈이 되는’ 그림만을 내걸고, 저마다 여는 개인전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다. 이러다간 지역 예술이 점점 더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젊은 작가들은 의욕을 잃게 될 것이다”고 씁쓸해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GOS는 청년 작가들에게 갤러리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춰주는 하나의 대안으로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해동 동양화가는 “전시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대관료 없이 제공받고 일반인들과 예술하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 끌려 참여하게 됐다”며 “상설 갤러리보다 일반인들이 더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어 예술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이라 본다”고 전했다. 30일 가로수길에서 만난 윤정희(28·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씨는 “이곳에 올 때마다 정적인 느낌이 항상 들어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평소에 미술관을 전혀 가지 않는데 자주 가는 카페와 식당에서 전시회를 하니까 꼭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소문난 잔치’에 볼 것도 많은 239 가로수길 전시프로젝트 GOS는 30일까지 열린다. 문의 ☏ 010-8863-9614.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인터뷰/ 239 GOS 기획 정진경 작가

    "GOS 매년 여는 페스티벌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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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2012년까지 뉴욕 부시윅이란 곳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땅값이 싼 곳이라 젊은 작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인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됐다. 2013년에 귀국한 후 예술인들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게 됐다.

    ▲239 GOS의 의미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리가 239번길이라서 단순하면서 상징적이라 239를 붙였다. GOS는 가로수 오픈 스튜디오(GAROSOO OPEN STUDIO)의 약자다. 부시윅 오픈 스튜디오와 추구하는 방향이 같아서 이름을 빌렸다. 가장 큰 특징은 상점 한 곳 한 곳이 갤러리이자 오픈 스튜디오, 즉 한 작가의 작업실도 된다는 점과 자연스럽게 지역민들과 그 작가를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가로수길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참여작가가 14명, 전시공간도 13곳이다. 어떻게 결성해서 어떻게 1대1로 연결시켰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청년 작가들을 모으고, 상점을 연결하는 게 제일 중요했는데, 다행히도 가게를 하시는 분들이 모두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에 적극 공감했다. 가로수길이 먹거리는 많지만 볼거리가 적은 게 현실이다. 참여하시는 분들도 ‘뭔가 필요했다’는 반응이어서 의외로 수월하게 진행됐다. 상점들이 갤러리가 되고 열린 작업실이 된다는 발상이 가로수길의 지리적 특성과도 잘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각 상점들마다 고유의 분위기와 전시공간의 크기를 고려해 작가들의 작품 특성을 살려서 어울리는 작품을 선정했다. 또, 앞으로의 계획을 같이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전시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부시웍과 달리 여기서는 사람들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잘 나서지 않아 처음에는 좀 애를 먹었다. 그러다 길모퉁이문화사업단이나 펀빌리지, 노유 등 기존 지역 커뮤니티들이 힘을 합치면서 틀이 잡히며 탄력을 받았다.

    ▲앞으로 계획은?

    우선 올해는 전시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목표다. 그 다음은 GOS를 해마다 열리는 페스티벌로 만드는 것이다. 가로수길을 다양한 방식의 문화교류가 점점 늘어나는 가장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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