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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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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 문집책판(文集冊版)- 문집을 책으로 찍기 위한 나무 판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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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가 문자를 개발했고, 그 문자를 통해 생각을 널리 오래도록 전달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 인쇄술이었다.

    처음에는 흙바닥이나 물건 등에 기록하다가 금속, 돌 등에 기록했다. 지금부터 3500년 전인 주(周)나라 때부터 죽간(竹簡)이라 하여 대나무를 얇고 평평하게 다듬어 그 위에 글을 새겨 문서를 만들었다. 나무를 다듬어 만든 것은 목독(木牘)이라고 했다.

    종이를 발명한 사람은 후한(後漢) 때 채륜(蔡倫:50년?~121년?)이니 아직 2000년도 안 된다.

    이때 발명된 종이가 3, 4세기 경에는 우리나라에 전래돼 사용됐다. 서양사람들에게 종이가 전파된 것은 8세기 당(唐)나라 때다.

    종이가 발명됐지만, 대량으로 지식정보를 전달하거나 멀리 전달하려 하면 글자를 손으로 베끼는 수밖에 없다. 사람 손으로 쓰는 것은 아무리 빨리 베껴도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널리 빨리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인쇄술을 찾게 됐다. 이래서 발명된 것이 책판(冊版)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초 목판 인쇄로 찍어낸 유물은 신라에서 751년 이전에 찍어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淸淨大多羅尼經)’이다.

    중국의 목판 인쇄 유물은 868년 당나라 때의 ‘금강경(金剛經)’이니 우리보다 100년 이상 늦다.

    고려 이규보(李奎報)의 문집에 1234년 금속활자로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이라는 책을 찍었다는 기록이 있다.

    1371년 충북 청주에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을 금속활자로 인쇄했다. 이것은 실물이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품이다. 독일 구텐베르크가 활자 인쇄법을 개발한 것이 1450년이니 우리가 79년 앞선다.

    조선시대에는 태종(太宗) 때 국가 출판사인 주자소(鑄字所)를 설치해 활자로 많은 책을 출판했다.

    민간에서는 학자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문집 등 그가 남긴 저서들을 주로 목판인쇄 방식으로 간행해 보급했다. 주로 제자, 후학, 뜻있는 인사, 후손들의 힘으로 간행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할 경비가 들었다.

    1910년 나라가 망하고 일제에 의해 우리의 전통문화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봉건잔재로 매도되자 모르는 사람들이 조상의 책을 찍어내던 책판으로 불을 때기도 하고 빨래판, 선반 등으로 만들기도 했다. 요즈음 전통다방에 가보면 탁자로도 쓰는 곳도 있다.

    서원, 문중, 개별 가정에서 보관해 오면서 계속 훼손되던 목판이 다시 생명을 얻은 것은 2002년 국학진흥원에서 책판 10장 모으기 운동을 벌이면서부터다. 지금까지 6만4000장 정도 수집해, 장판각(藏板閣)을 따로 지어 잘 보관하고 있다가, 지난 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인쇄문화의 선진국임을 전세계에 과시한 쾌거였다. 학문의 발전은 저작하는 학자도 필요하지만, 이를 보급하는 인쇄술도 거기 못지않게 중요하다.

    * 文 : 글월 문. * 集 : 모을 집.

    * 冊 : 책 책. * 版 : 널빤지 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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