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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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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담] (11) 가요 '삼포로 가는 길'의 진해 삼포

옛 노래 옛 추억 그리울 때면, 삼포로 나는 가야지

  • 기사입력 : 2015-09-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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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포로 가는 길-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한발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아~~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저 산마루 쉬어가는 길손아
    내 사연 전해 듣겠소
    정든 고향 떠난지 오래고
    내님은 소식도 몰라요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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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진해구 삼포마을. 1980년대 인기를 끈 가요 ‘삼포로 가는 길’의 실제 배경지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가을 하늘을 수놓는 고추잠자리와 잔잔한 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삼포 가는 길은 호젓함이 묻어나는 길이다.

    어릴 적 꼬불꼬불 이어진 꼬부랑길을 걷던 멋스러움과 재미는 사라졌지만 새롭게 놓인 도로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

    필자의 고향은 삼포마을 인근 마을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삼포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무거웠다. 꼬부랑 산길을 걷는 아이들의 옷은 언제나 젖었고, 신발은 흙탕물에 빠진 듯 온통 진흙투성이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릴 적 옛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오늘은 그 길을 따라 추억이 깃든 길을 따라간다.

    가을바람이 싱그러운 어느 날 오후, 인적이 드문 해안로를 따라 삼포로 가는 언덕길을 오른다.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짙푸른 바다를 ‘통통배’ 대신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낚싯배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점점이 이어진 섬들은 도열이라도 하듯 일렬로 늘어서 길손을 맞는다. 어릴 적 기억으로 더듬어 가다보면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아직은 따스함이 묻어나는 아련함 때문인지 정겨움이 앞선다.

    삼포로 가는 길에 만난 창원의 명물 ‘창원 솔라타워’는 마치 기개를 뽐내듯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솟아 있다. 바다 건너 음지도에 세워진 창원 솔라타워는 태양광 시설로는 국내 최고·최대 규모라고 한다. 지상 136m의 높이에 태양광을 이용한 건축물로 하루 1264㎾의 전기를 만들어 창원 진해해양공원 내 시설이 자급자족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타워동 지상 120m 지점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유리벽 복층 원형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진해만의 절경과 거가대교, 부산항 신항, 우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대마도 앞바다도 보인다고 하니 그 높이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해안로 언덕을 지나 고개를 넘어서면 삼포마을이다. 해안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집들은 어촌마을의 정겹고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하다. 예전엔 도로의 끝이 삼포마을이었지만 이제는 해안로 관광 상품화 등의 개발로 길은 삼포를 지나 괴정, 사도, 웅동, 용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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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포마을 뒤편에 세워진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


    삼포마을은 1980년대 가수 강은철이 불러 국민가요로 인기를 끈 ‘삼포로 가는 길’의 실제 배경지이기도 하다.

    향수 어린 애절한 감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가요 ‘삼포로 가는 길’은 80년대 보컬 그룹인 ‘배따라기’의 리더 이혜민이 어린 시절 갔던 그리운 추억의 바닷가 마을 ‘삼포’를 노래로 표현한 곡이다.

    2008년 삼포마을 뒤편에 세워진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에는 1970년대 후반 8월의 어느 한여름 날, 여행을 떠나 긴 산길을 걷던 작가 이혜민은 몇 채 안 되는 집들이 드넓은 바다를 향해 옹기종기 어깨를 기대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따뜻함이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늘과 바다가 닿은 외촌 ‘삼포’.

    이혜민은 그의 수필집 ‘내마음의 고향 삼포’에서도 ‘어릴 적 강한 동경의 향수 때문인지 내가 우연히 여행길에 찾은 어촌마을 삼포는 나에게 동경의 그리움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마을이었던 것이다. 비탈진 산길을 돌아 한참을 가노라면…’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1970년대 삼포는 초가집에 노를 저어 고기를 잡는 가난하지만 정이 넘치는 어촌마을이었다. 간간이 슬레이트 지붕에 돌담길이 이어진 집들도 있었지만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꼬불꼬불 이어진 고갯길 끝에서 만난 소박하지만 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어촌마을 풍경이 이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르겠다.

    화강석으로 된 노래비는 그 모양새가 마치 남녀가 마주보고 정답게 서 있는 듯한 모습이다. 노래비 앞에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요 ‘삼포로 가는 길’을 들을 수 있도록 음향시설을 설치해뒀다. 단추를 누르면 경쾌한 리듬을 타고 노래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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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포마을로 가는 길. 왼편으로 솔라타워가 솟아 있다.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한발두발 한숨만 나오네/아아~~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하략)

    노래비가 세워진 곳은 지금은 해안로 조성으로 접근이 용이하지만 초등(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던 길목이다.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은 아이들에게 힘겨운 길이었다. 이 길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막상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 가다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한참 동안 노래비 앞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린 후 마을로 발길을 돌린다.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붙은 집들, 바닷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횟집은 여느 어촌마을과 다르지 않다. 넉넉한 어촌 인심은 아직은 그대로인 듯 낯선 외지인의 방문에 선뜻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는교? 마을에 뭐 볼게 있다꼬, 회나 한 접시 잡숫고 가소!” 마을주민의 구수한 목소리에 정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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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마을은 예전의 소박한 풍경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일렬로 늘어선 마을 앞 주변의 횟집촌과 낚시방은 마을의 변화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방파제에는 대형 낚싯배가 출항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소일하고 있다.

    바람 따라 흘러간 노래 속 삼포마을은 이젠 찾아볼 수 없지만 마음속에 오롯이 새겨진 마음의 고향 삼포는 아직도 그대로 나를 반겨주는 듯하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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