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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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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거창을 만들어 가는 친구들- 서영훈(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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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랬다. 아버지가 대화와 소통에 약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전국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사회의 경청 및 소통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화와 소통이 가장 잘되는 상대는 친구였다. 어머니나 배우자, 직장동료 등도 비교적 괜찮은 상대였다. 가장 안 되는 상대는 단연 아버지였다.

    대화와 소통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짐작하는 대로였다. 그 상대가 아버지든, 자녀든, 마찬가지였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려는 특성 때문이었다.

    대화는 언어로 하는 소통행위다. 소통하려면 우선 대화해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을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은 올바른 대화가 아니다. 대화의 바탕에는 경청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귀담아듣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대화다운 대화가 시작되고, 이를 통해서 소통이 이뤄진다.

    불행히도 아버지는 듣는 것에 약하다. 가족을 건사하려는 일념으로, 험한 세상을 어렵사리 헤쳐온 사람이 아버지다. 흔히 하는 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아버지다. 그런 아버지에게 아들이나 딸의 생각과 가치관은 하잘것없어 보인다. 당연히 자녀의 이야기가 아버지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자녀들이 살아가는 시대는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와 다르다. 시대가 달라지면, 생각이나 가치관도 달라진다. 그 간격을 좁히는 과정에 대화는 필수적이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상대의 말을 경청한 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런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거창군과 ‘학교앞 교도소 반대 범거창군민대책위원회’가 다시 무릎을 맞대고 한자리에 앉았다. 지난해 11월 공식적인 대화채널이 끊긴 이후 7개월 만이다.

    거창은 구치소를 포함한 법조타운의 입지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동안 갈등을 겪고 있다. 인구 6만여 명에 불과한 곳이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단서를 찾기가 수십만 또는 수백만 인구의 대도시만큼이나 만만찮았다. 다행히 양측이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서로 가진 생각이 다르고, 또 대화에 나선 동기조차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드러내고, 이를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훤히 보여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서로 어떤 오해가 있었고, 또 서로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지역사회를 만들어 주는 아버지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친구로서 만나면, 소통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소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사회라면 갈등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기회가 될 뿐이다.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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