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4일 (화)
전체메뉴

[뭐무꼬] 웰빙 음식 ‘콩 요리’

알콩달콩 어우러진 콩의 유혹, 내 맘까지 훔쳐갈라 콩닥콩닥
김해 ‘콩서리’에서 맛본 콩 음식

  • 기사입력 : 2015-06-04 22:00:00
  •   
  • 메인이미지
    버섯두부전골, 청국장 찌개, 렌틸콩 섞은 돌솥밥, 청국장 수육, 순두부 찌개, 두부탕수육 등 콩을 원료로 만든 음식이 대부분인 ‘콩서리’의 상차림.

    ‘신데렐라 작물’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지요? 흔히 ‘콩밥 먹는다’ 식으로 흰 쌀밥에 못 미친다는 의미로 하찮게 대접받던 콩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항암작용,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 등 여러가지 효능이 알려지면서 웰빙 시대의 ‘슈퍼 푸드’가 됐습니다. 신데렐라 작물이란 재투성이 아가씨에서 일약 왕자비가 된 신데렐라에 빗대어 붙여진 콩의 별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콩에 대한 대접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한식에서 콩을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된장, 청국장을 환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요. 맛을 포기하고 먹는 즐거움도 포기하고 보약이나 영양제처럼 챙겨 먹습니다. 몸에 좋다면 요리의 형태가 아니어도 먹어두려는 현대인의 욕심 탓이겠지요. 장 특유의 냄새를 싫어해서 그렇게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주 제대로 차려 먹지 못해서 그런 식으로 섭취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콩 음식을 만나러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두서없이 이어집니다.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김해의 콩 전문음식점 ‘콩서리’는 또 엉뚱하게도 이런 말을 생각나게 하네요. ‘육칠월에는 참외 서리, 칠팔월에는 콩 서리’. 간식거리를 들판에서 서리해 먹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말인데요. ‘콩서리’라는 간판이 서리에 대한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친숙함을 줍니다. 웰빙 음식의 대명사, 콩 요리. 우리에게 익숙한 그 맛을 제대로 한 번 맛볼까요?

    낙동강을 마당 앞에 두고, 강 건너 맞은편으로는 양산 물금과 부산 범어가 보이는 자리에 ‘콩서리’가 있다. 김해 불암동, 부산 강서구 방향과 김해시내쪽으로 뻗은 69호선 지방도가 식당 앞을 지나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한적해 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식당은 밤이 되면 화려한 외양을 뽐낸다고 한다. 버섯처럼 생긴 동그란 ‘콩서리’의 집채 모양이 좀 특이한데, 깜깜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전등을 밝히고 있는 식당 건물이 강 건너에서 보면 마치 우주선 같다고. 덕분에 몇 년 전 TV방송도 탔다고 한다. 건물 모양뿐 아니라 널찍한 주차장 가장자리에서 화사하게 손님을 마중하는 잘 가꿔진 야생화들도 볼만하다.

    주인장 황미자(58)씨는 식당 경력 20년차. 부산에서 음식 장사를 시작했는데. ‘콩서리’를 차린 지는 13년째라고 한다. 처음부터 콩 음식을 한 건 아니고, 떡갈비와 고기 위주 차림으로 단체 손님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인제대 외식경영자과정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제가 원하는 음식점 콘셉트를 구상하는 계기가 됐지요. 음식 장사로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게 되자 음식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더라고요. 그 후로 약선 공부도 했어요. 맛도 맛이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염두에 두고 손님상을 차리려고 애씁니다.”
    메인이미지
    김해시 대동면 덕산리에 자리한 ‘콩서리’(☏ 055-323-3736).

    사투리가 없는 말씨에 고향을 물었더니, 경기도 파주 출신이란다. 경상도 사나이를 만나 경남에 터를 잡았다고 하는데, 그 경상도 사나이는 마침 두부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매일 아침 그날 쓸 순두부와 두부를 만드는 것이 황 대표의 남편인 한철수(66)씨의 일이다.

    두부 만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안내한다. 전통방식을 일부 개량한 두부제조기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불린 콩을 갈아서 콩물을 걸러 증기로 찌고 눌러서 모두부를 만들기까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친다. 카메라를 갖다대자 ‘금방 된다’를 연발하며 무거운 콩물 대야를 들었다 놨다 하는 한철수씨의 애쓰는 모습이 이 집 음식 맛에 기대를 갖게 한다. 막 갈아서 걸러낸 콩물의 뽀얀 색깔과 더운 김이 식욕을 자극한다.

    두부 1판에 들어가는 콩은 5㎏ 정도. 국산 콩을 쓴단다. 비싼 국산 콩을 쓴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황 대표 고집이 별나다고 한철수 씨는 말한다. 지난해 4월 화재로 얼마간 휴업한 적이 있다는 ‘콩서리’. 그때 손님이 끊기면서 고전했는데, 당시 ‘시판용 두부를 쓰라’는 걱정 섞인 충고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판용 두부와 그날그날 만든 두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두부 만들기를 포기할 수 없었단다. 맛과 신선도는 물론이고, 제조과정의 청결도 무시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단백질 성분이 많은 콩의 특성상 제조기의 청결관리가 맛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직접 만든 두부를 쓰는 것은 황 대표만의 고집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메인이미지
    13년째 콩 전문음식점 ‘콩서리’를 운영하고 있는 황미자(58)씨.

    내친김에 황 대표가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장독대와 허드러진 야생화가 어우러져 시골풍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뒷마당에 2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가 있다. 손님상에 오르는 상추, 치커리, 초석잠 등 샐러드거리와 대파, 양파, 고추 등 양념거리, 오이와 가지, 무 등의 채소가 나름 규모있게 자라고 있는 곳이다.

    허리에 핀을 6개나 박았다는 황 대표는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은 적이 없다면서 손을 보여준다. 이유인즉 분재와 야생화 가꾸기에도 취미가 있어 시간만 나면 마당으로 밭으로 자기도 모르게 흙밭에 엎드려 있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손톱 자랄 새가 없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장의 손끝은 곱게 화장한 얼굴과는 딴판이다.

    “특별한 맛을 보여준다기보다 편하게 먹고 쉬어가는 음식점이었으면 좋겠어요. 입맛도 연령대별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맛을 즐기게 되잖아요? 손님들 대부분이 40대 이상입니다. 되도록 옛날 맛이 나도록 신경을 써서 음식을 만듭니다.”

    메인이미지
    버섯두부전골

    배추김치, 장아찌류, 호박버섯볶음이 밑반찬으로 나오고, 텃밭에서 봤던 초석잠 섞인 샐러드볼이 큼지막하게 상 한쪽에 자리잡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맛깔스러운 반찬들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두부탕수육. 흔히 볼 수 없는 두부의 비주얼인 데다,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에 손이 자꾸 간다. 녹말가루를 입혀 튀긴 두부에 과일발효초를 끼얹었다고 한다. 초석잠샐러드에도 주인장의 발효식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동행한 한식조리사 말이 생전 처음 맛보는 소스라고 소스 레시피를 궁금해한다.

    “약선공부를 하며 배웠어요. 먹어서 약이 되는 음식 중 가장 흔히 할 수 있는 것이 발효음식이더라고요. 철마다 야채와 과일을 발효시켜 메뉴와 접목합니다. 그래서 밑반찬으로 오르는 장아찌는 계절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고, 샐러드 소스도 맛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식당 내부에 진열된 발효항아리들을 새삼 다시 둘러본다. 마당가에 드문드문 놓인 옹기에도 다양한 식재료들이 발효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 발효식이라면 장과 함께 김치를 빼놓을 수 없는데, ‘콩서리’에서는 해마다 1000포기씩 김장을 한단다.

    김치에 이어 된장과 청국장 얘기가 이어지는데 마침 이 집의 대표음식인 ‘청국장 수육’이 나왔다. 수육색이 살짝 거뭇하다 했더니, 일단 맛을 보란다. 짭잘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고기 삶을 때 청국장을 쓰기 때문에 청국장 수육이란 메뉴명이 붙은 것이겠지, 짐작으로 색의 비밀을 맞혔다. 싱거운 수수께끼가 풀리자, 수육과 함께 나온 붉은색 고명의 정체가 아리송하다. 보통 무말랭이무침을 수육과 함께 먹는다는 생각에 무라고 생각하고 먹는데, 쫀득쫀득한 식감 때문에 도대체 무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말린 무는 아닌 것 같고 말린 곤약채가 아닐까 짐작하는데, 황 대표가 빙그레 웃으며 답을 준다.
    메인이미지
    콩빈대떡

    무가 맞단다. 수육에 같이 내는 무말랭이무침은 말린 무 특유의 냄새를 잡기 어려워 ‘콩서리’에서는 쓰지 않는다. 대신 가늘게 채 썬 무를 꼭 짜서 무쳐낸다고. 군내 없이 무의 시원한 맛과 단맛을 다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낸 조리법이란다. 무채무침 맛에 반해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만드는 법을 가르쳐줘도 황 대표네 맛이 안난다고 비법을 알려달라고 한단다. 취재진도 비법이 뭐냐고 물어봤다. 물기가 다 빠질 정도로 힘껏 짜는 것이 비법이라며 멋쩍게 웃어버리는 황 대표.

    이어 ‘오모가리갈비찜’이 나왔다. 뚝배기의 전라도 사투리 ‘오모가리’를 메뉴명으로 쓴 묵직한 요리이다. 묵은지가 깔린 갈비찜에서 오르는 맵싹한 냄새가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우게 할 것 같다. 삭아서 부드러워진 묵은지를 찢어, 뼈바른 갈비살과 함께 먹는 맛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갈비찜 맛보기가 끝나기 전에 사진발을 걱정한 주인장이 끓이기 전의 ‘버섯두부전골’을 내왔다. 콩서리표 두부와 유부주머니, 모양낸 곤약을 얹어 얌전하게 안쳐진 전골은 끓이면 모양새가 흐트러져 안 예쁘단다.

    마지막으로 렌틸콩을 섞어 지은 돌솥밥과 순두부, 청국장찌개가 상 위에 올랐다. 렌틸콩은 긴 꼬투리 안에 볼록렌즈 모양의 씨앗이 2개씩 있어서 렌즈콩이라고도 한다는데, 풍부한 식이섬유 때문에 요즘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콩이다. 껍질 벗긴 렌틸콩을 쓴 뜨끈한 돌솥밥과 찌개 뚝배기들이 보기만 해도 배를 부르게 한다. 지하 온장고에서 직접 띄워 쓴다는 청국장찌개 맛은 진한 맛이 좀 덜하다. 거북한 냄새를 줄여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순두부찌개 맛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몽글몽글하면서 탄력있는 부드러움이 시판용 순두부의 뭉개지는 부드러움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낸다.

    메인이미지
    오모가리갈비찜

    차 한잔하면서 식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도 ‘콩서리’ 음식은 계속 나왔다. 배부른 식객에게도 맛있어 보이는 도톰한 ‘콩빈대떡’. 얼큰한 순두부찌개 식사 후에 맛본 콩빈대떡의 고소함은 ‘콩서리’의 대표 맛으로 기억될 것 같다.

    글·사진= 황숙경 기자 hsk8808@knnews.co.kr


    # 콩의 효능

    유익한 성분이 많은 콩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종류별로 조금씩 다른 성분과 효능을 갖고 있으므로 내 몸에 맞는 콩을 선택해 맛있게 즐겨보자.

    ▲노란콩= 우리에게 익숙한 메주콩을 말한다. 레시틴, 사포닌, 이소플라본 성분이 많아 흔히 말하는 콩의 효능을 다 가졌다고 보면 된다. 항암작용을 비롯해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의 예방효과가 있다.

    ▲강낭콩= 얼룩콩, 제비콩 등을 다 포함한 콩으로 다른 콩에 없는 비타민C까지 많은 비타민군을 함유하고 있다. 설사나 만성위염에 도움이 된다.

    ▲검정콩= 껍질은 검고, 속은 푸른색이 도는 서리태. 노화억제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모발성장 성분인 시스테인의 함유량이 높아서 탈모에도 좋고, 껍질에 많은 안토시아닌은 체중감량 효과도 있다.

    ▲완두콩= 비타민 B1이 풍부해서 두뇌활동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위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되므로 허약 체질이나 노인들에게 좋다.

    ▲렌틸콩= 주황색, 노란색, 연초록색 등 색깔이 다채로운 콩이다. 렌즈콩, 병아리콩 등으로 불린다. 지방이 거의 없고, 섬유소가 풍부해 변비와 다이어트에 좋다.

    ▲쥐눈이콩= 검고 작은 콩으로 약콩이라고 불린다. 이소플라본 성분이 갱년기 장애에 도움을 준다.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기침, 열병에 효과적이며 해독작용도 한다.

    ▲풋콩= 꼬투리째 삶아 먹는 아직 덜 익은 콩을 말한다. 단백질도 풍부하고 비타민 성분이 많다. 유황 성분이 있는 필수아미노산 메티오닌을 함유하고 있어 알코올로부터 간과 신장을 보호하므로 술안주나 숙취 해소용으로 좋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황숙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