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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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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훼손도서(毁損圖書)- 책을 못 쓰게 만들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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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6년부터 76년까지 중국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10여년 동안 미친 듯이 날뛰던 홍위병(紅衛兵)들에 의해 많은 문화재가 파괴됐다. 고금의 진귀한 서적들도 불살라지거나 파괴된 것이 많다. 유일한 서적으로 그때 영원히 사라진 것도 적지 않다.

    문화대혁명 때 문화재나 서적을 파괴한 홍위병들의 행위를 두고서 혀를 차면서 개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에도 문화재나 서적의 파괴행위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바로 양심 없는 사람들에 의한 도서관에서의 도서 훼손 행위다. 도서관의 도서는 공공의 재산이다. 한 개인이 필요한 모든 책을 다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도서관을 만들어 필요할 때 빌려 볼 수 있도록 해 개인이 이중삼중으로 재력을 들이지 않게 한 것이다.

    어떤 책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야 도서관이 본래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혹 도서관에 구비되지 못한 책인 경우, 구입신청을 하면 보통 2주 이내에 빌려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원하는 책을 거의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꼭 봐야 하는 책인데,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먼저 빌려 간 사람이 책을 훼손하거나 제 날짜에 반납을 안 하기 때문이다. 생각 없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칼로 도려 가거나 몇 장을 찢어간 경우다. 1000페이지 되는 책 가운데 1페이지만 없어도 그 책은 책으로서 생명을 완전히 잃는 것이다. 단순히 1000분의 1만 훼손된 것이 아니다.

    또 긴급하게 필요한 책인데, 앞에 빌려간 사람이 정해진 날짜에 반납하지 않는 경우다. 도서관 담당자가 반납 독촉을 계속해도 소용이 없다. 요즈음은 아예 반납하지 않는 장기연체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직원 한 사람이 거의 그 일에 매달려 매일 전화하고 반납 독촉하는 우편물을 보낸다. 반납독촉 전화를 하면 아예 받지를 않는다. 도서관번호가 떠 반납독촉전화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책을 반납하지 않고 이사를 가버리는 사람도 있는데, 동사무소에 가서 주소를 알려고 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어 공개하면 걸린다고 동사무소에서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책을 잃어버리고는 반납 창구에 와서 이미 반납했다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다.

    책을 오려가지는 않는다 해도, 책에다 커피나 우유를 흘리는 사람, 씹던 껌을 붙여둔 사람, 함부로 대하다 책장을 훼손하는 사람, 책에 밑줄 치는 사람 등 책은 날로 훼손되고 더럽혀져 간다. 한 해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도서대장에서 삭제하는 책이 수십만 권에 이른다.

    책은 다른 재산과 달라 한 번 없어지면 다시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서의 경우 그 책이 다시는 생산되지 않는다. 인류의 지혜가 담긴 책을 소중히 간수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 毁 : 헐 훼. * 損 : 덜 손.

    * 圖 : 그림 도. * 書 : 글 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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