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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사천에 학숙(學塾)을 지으려니…- 정오복(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05-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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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년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특히 중소 지자체들이 다양한 교육지원 사업을 통해 인구 유입을 유도하거나 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 유학을 가면서 잠재적 도시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안정된 교육환경과 교육비 부담을 줄이려 인근 대도시로 이주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기숙형 고교와 일반고의 학력차가 벌어지면서 중 3년생의 타지 진학 심화현상이 지역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사천지역도 마찬가지여서 오래전부터 인근 진주지역 고교로의 유학이 많은데다, 근년 들어서는 고성·남해 등지의 기숙형 고교로의 유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 2008년부터 학숙관(學塾館) 건립이 논의돼 왔고, 올 들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시는 학숙관 건립비를 62억원으로 추산하고, 동지역(구 삼천포시) 학생 180명(학년별 60명)을 선발해 연간 15억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읍·면지역(구 사천군)에는 용남고가 이미 기숙형 학교이고, 사천고는 기숙형 학교를 추진하고 있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동지역에 세우기로 했다. 따라서 동지역 삼천포중앙고, 삼천포고, 삼천포여고 등 3개 인문고의 상위 5%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할 방침이다.

    관건은 시민 여론인데,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다. 지난 4일 가진 교육관계자 간담회에서 기숙사 또는 학숙을 통해 우수 인재를 유치, 서울대 진학률을 높이자는 데는 동의됐다. 하지만 학교별 사정과 바람은 각각 달라 학숙관 건립보다는 자기 학교에 직접 지원해 주길 희망하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여전히 소지역주의가 문제여서 동지역에 소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는 시의 입장과 달리, 학숙에 대한 기대와 상징성 때문에 한 지역에 편중돼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 형평성 논란이다. 상위 5% 학생의 일류대 진학을 위해 엄청난 시비를 들이는 것은 나머지 95% 학생의 평등한 교육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소중한 자녀들을 성적만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아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자의 도덕경에 ‘발뒤꿈치를 들고서는 오래 서있지 못하고 보폭을 넓게 하면 오래 걷지 못한다’(企者不立 跨者不行)는 경구가 있다. 잔꾀를 부리거나 억지로 해서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일 게다. 취지와 목적이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순리대로 해야지, 작위적으로 한다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오는 6월 3일 시민대토론회에서 지혜를 모으길 기대한다.

    정오복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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