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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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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애자지심(愛子之心)- 자식 사랑하는 마음

  • 기사입력 : 2015-05-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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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실 필자도 안 지가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가정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계된 날이 5월에 집중돼 있다.

    지금 사회가 혼란한 것은 경제논리만 앞세우다 가정이 무너졌기 때문인데, 가정이 바로 서면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니 가정은 매우 중요하다.

    대만(臺灣)에서는 5월을 효친월(孝親月: 부모에게 효도하는 달)로 정해 놓았다. 몇 년 전 대만 대중시(臺中市)에서는 어머니에 관한 글짓기 대회를 열었는데, 75세의 이문충(李文忠)이란 노인의 ‘어머니! 미안합니다(阿母! 失禮)’라는 글이 당선됐다.

    이 노인은 중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28㎞나 됐는데, 새벽 5시에 화물차를 개조한 버스를 한 시간 타고 간 뒤에 다시 한 시간 걸어야 도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시험 앞날이라 밤 늦게 공부하다가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보니, 늦게 일어난 것이었다. 밥도 먹지 않고 뛰어가면 겨우 차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긴박하였다. 어머니에게 “왜 안 깨웠느냐? 왜 낳았느냐?” 등 한바탕 분풀이를 하고 뛰어가 겨우 차는 탔다. 아침을 못 먹고 먼 거리를 달려왔으니, 첫 시간 시험을 치는데 배 안에서 벌써 꼬르륵 소리가 났다. 저녁까지 견디려면 보통일이 아니었다. 간식을 사먹을 돈이 있을 리 없었다.

    11시쯤 되었을 때 시험을 치다가 창밖을 보니 어떤 촌스러운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자기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침을 먹지 않고 도시락도 지참하지 않은 채 학교에 간 아들이 걸려서 곧바로 도시락을 두 개 싸서 버스가 없어 멀리 둘러 기차를 타고 걷고 해서 몇 시간 걸려 학교에 온 것이었다.

    도시락은 반가웠지만, 어머니의 촌스러운 모습을 친구들이 알면 창피하기에 그냥 고맙다는 인사도 옳게 하지 않고 도시락만 받아 돌아도 보지 않고 얼른 달려왔다. 그 뒤로도 이 노인은 어머니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모들에게 “왜 학교도 없는 이런 곳에 자리 잡아 사느냐?”고 불평만 계속했다.

    세월이 흘러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자기도 부모가 되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부모님 생각이 날로 더욱 간절해졌다. 특히 가난한 살림에 약한 몸으로 온갖 일을 다 해낸 어머니가 그립고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한마디 감사의 말이나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 무덤을 찾았다. 한 무더기 흙일 뿐, 한마디 말도 주고받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대중시에서 어머니에 관한 글짓기 대회를 한다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출전하여, ‘어머니의 도시락’에 관한 글을 써서 입상했다.

    이 글이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표현은 못 해도 이 노인처럼 자기 어머니에게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말한 경험이 대부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자기가 부모가 되어본 뒤에라야 알 수 있는 것이다.

    * 愛 : 사랑할 애. * 子 : 아들 자.

    * 之 : 갈 지. * 心 : 마음 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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