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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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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소탐대실(小貪大失)- 김진현(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 기사입력 : 2015-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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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만원. 우리 같은 서민에겐 한 번에 만지기 큰돈이다. 이 돈이 없어 더러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용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액수를 떠나 3000만원의 무게는 가볍다. 대권을 꿈꾸던 정치인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걸 만큼의 무게는 결단코 아닐 것이다.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면 드러날 것이다. 받았다면, 정말 작은 일에 큰 것을 잃는 가슴 치는 어리석음일 것이다.

    # 아이들에게 주는 학교 점심. 무상이냐 선별이냐는 논리를 떠나 잘 먹던 밥을 돈 내고 먹으라면 화나는 게 당연하다. 엄마만큼, 더러는 엄마보다도 더 균형 있는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영양사에게 아이의 한 끼를 맡기고 흡족해하던 엄마들. 단체장들의 다툼이 그들을 앵그리맘으로 만들었다. 높은 양반들 속이야 모르겠지만 작은 자존심 싸움에서 시작된 것 같다. 무슨 의문이 있었을까. 갑자기 급식 지원에 관해 문제는 없는지, 잘 쓰이는지 감사를 해보자는 도청과 같은 기관으로서 도저히 받을 수 없다는 도교육청의 작은 자존심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온순하고 평화롭게 수다 떨고 집안일 하던 엄마를, 책상에 앉아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을 시위장으로 보내는 결과를 만들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소탐대실한 경남 지도자들이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다.

    # 업무시간에 골프연습장에 가고, 내연녀를 만나 여관을 가고, 조금의 용돈을 위해 업자 편에 서고. 내가 일하는 통영·거제·고성에서 일어난 공무원들의 일탈이다. 평생을 바쳐 4급이 됐지만 하루아침에 몰락한 공무원. 지루한 법정 다툼을 거쳐 결국 지난 28일 해임됐다. 면의 수장으로 족보에 남을 발령을 받고 채 몇 개월도 안 돼 망신을 사고는 정직 처분을 받았다. 아파트 세대수를 늘려주고 업자에게 뇌물 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4급 공무원은 구속돼 재판 중이다. 모두 작은 욕심에서 시작됐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업자의 편에서 나랏돈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불필요한 길을 만들자고 하거나, 업자의 편의를 위해 규정을 바꾸려는 시·군의원들에 관한 정보도 들려오고 있다. 그들이 부리는 덧없이 작은 욕심은 큰 대가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큰일을 하건 작은 일을 하건 앞날을 내다보면 정도(正道)로 가는 게 맞다. 처음에는 해로운 것 같지만 결국은 이롭다는 정도. 그 정도의 길은 정말 가기 싫고 힘든 길이다. 그래서 탈이 난다. 보석 소에 현혹된 왕에 의해 촉(蜀)나라를 망하게 한 소탐대실(小貪大失). 늘 쓰고 가까이 있는 이 사자성어를 지키고 사는 게 정말 힘든 세상이다.

    김진현 (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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