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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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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김현승

  • 기사입력 : 2015-04-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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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오늘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플라타너스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고독은 외로움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외로움은 외부로부터, 혹은 무엇으로부터 주어진 결과이지만 고독은 내부로부터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치이다. 인과관계로 유추한다면, 고독은 외로움의 상처에서 깨달은 바 있어 선택한 적극적인 ‘홀로 있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의 그림자가 조용한 그늘을 이루어 외로움에 상한 우리의 쪼그라지고 모자란 마음 모서리를 이윽히 들여다보게 해 주는 시. ‘플라타너스’가 바로 그런 시이다. 고독한 자는 홀로 귀가 밝은가 보다. 가로수의 목소리까지를 다 들으니 말이다.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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