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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 조령모개(朝令暮改) -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02-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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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국민들의 불만 속에, 최근에 와서는 연금개혁, 연말정산제, 지방세 인상, 건강보험료 개편 정책 등이 잇달아 문제가 되고 있어, 앞으로 지지율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내놓는 정책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국민 여론에서 반대하자 곧바로 내놓은 정책을 취소하거나 연기한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야당과 여당, 국민 여론이 반대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든든한 지지를 해야 할 여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니 문제는 심각하다. 결단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빨리 올 것이고, 뚜렷한 업적 없이 임기를 마치고 말 우려가 적지 않다.

    연말정산 파동에 대해 정부 부처는 아직도 ‘옳은 방향’이라는 소신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2013년 세법 개정 당시 현 개정안을 지지했다가 여론에서 불만이 커지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여당은 한 술 더 떠 ‘국민정서를 감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2013년에는 자신들이 이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가 이제 와서는 부처를 몰아붙이고 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과 대해 정부는 1992년 이후 바뀐 적이 없어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발을 뺐다. 건강보험료 개편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했다가 무기 연기했는데도 청와대는 오히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혼선을 일으켰다.

    여당은 선거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통신의 발달로 여론이 시시각각 변하고 이것이 정치권에 실시간 전달되는 분위기가 정책 철회의 중요 원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정부에 정책을 바꿀 것을 수시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 담당부처는 전문성은 있으나 힘이 없다. 힘을 가진 여당은 전문성 없이 여론을 의식해 태도를 쉽게 바꾸는 것이 큰 문제다. 실제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은 일선 정부 부처의 힘이 청와대나 국회에 비해 늘 밀린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책임도 제일 크다. 옳거나 알맞지 않은 정책은 내놓지 말아야 하고, 내놓은 정책은 반대한다고 철회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나 여당, 국민 여론이 반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면 안 되고, 대통령 자신이 책임을 지고 정부부처 전문가들에게 힘을 실어 줘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정책을 펼쳐야지, 다음 번 집권이나 자기 인기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맹자(孟子)가 말한 “스스로 돌아보아 바르다면, 비록 천만 사람이 막을지라도 나는 간다”라는 자세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 朝 : 아침 조. * 令 : 명령 령.

    * 暮 : 저물, 저녁 모. * 改 : 고칠 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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