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6월 17일 (월)
전체메뉴

[경남비경 100선] (74) 양산 배내골

맑디 맑아, 돌빛 고스란히 품은 물빛

  • 기사입력 : 2014-09-18 11:00:00
  •   
  • 메인이미지

    한여름 무더위를 충분히 식히게 했던 시원한 계곡물과 바람은 어느새 초가을로 접어들면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여름날의 추억을 선사했을 주암계곡엔 여전히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

    경남 동부지역인 밀양과 양산, 울산광역시 울주군 일대로는 해발 1000m 이상의 산들이 즐비하다. 이 산들이 서로 어깨 겯고 만든 장쾌한 산줄기가 바로 영남알프스다. 영남알프스는 이들 산이 마치 유럽의 알프스산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산 배내골은 영남알프스 심장부에 위치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골짜기다. 신불산 ~ 영축산을 잇는 남쪽 알프스와 밀양의 천황산 ~ 재약산을 잇는 서쪽 알프스 사이에 뻗쳐 있다. 주로 신불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을 둘러싸고 계곡이 이어진다.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맑은 계곡물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하는 곳으로 주변에 아름다운 폭포와 숨겨진 절경들이 많아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양산시 원동면 대리, 선리, 장선리 일대에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까지 7~8㎞에 달한다.

    이곳 지명은 맑은 개울 옆에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고 해서 이천동(梨川洞), 우리말로 배내골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산세가 워낙 험해 일반인의 출입이 드물었고 덕분에 태고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기자는 지난 12일 창원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양산IC와 어곡공단을 지나 에덴밸리리조트를 거쳐 이곳을 찾았다.

    이 일대 골짜기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내려간 온도에 놀랐다. 이미 한낮에도 제법 선선한 가을날씨를 느끼게 했다. 단풍나무 등 활엽수 잎도 색깔이 조금씩 물들어 있었다. 그만큼 골이 깊다는 것이다.

    밀양댐 방향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배내골 방향으로 들어가면서 도로 오른쪽편으로 높은 산능선이 쭉 이어졌고 골짜기에는 밀양댐 영향으로 잔잔한 물이 큰 호수를 이루고 있었다. 주변의 깊게 우거진 숲들과 어우려져 묘한 정취를 자아냈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지나 배내골의 가장 하류인 원동면 대리로 들어서자 계곡은 넓고 물이 맑아서 밑에 흰 모래까지 잘 보였다. 손을 직접 담그자 일반 도랑과 달리 차갑게 느껴져 깊은 골짜기에서 바로 내려오는 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계곡과 가까운 곳에는 펜션들이 빽빽이 들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 주변 밭에는 지명의 유래를 만들어낸 배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고 사과나무들이 주로 심어져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얼음골 사과와 함께 배내골 사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이어 배내골에서 숨겨진 명소로 알려진 울주군 상북면 주암계곡으로 곧장 이동했다. 배내골이 시작되는 지점인 이곳은 영남알프스의 두 준봉인 천황산(1189m)과 재약산(1119m) 사이에서 물길을 터놓고 있는 계곡으로 주변에 곧게 자란 화려한 활엽수들이 눈길을 끈다. 가을단풍이 유명한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또한 계곡을 따라 수많은 소(沼)와 폭포, 주변 나무숲으로 그늘이 드리워진 넓은 반석이 많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여름철에 찾아오면 피서지로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 보였다.

    밀양의 호박소, 배내골의 파래소와 함께 영남알프스 3대 소의 하나로 이름난 철구소도 이 계곡의 마지막 소다. 전설에 따르면 이들 3대 소는 그 밑이 서로 연결돼 있는데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오면 이무기가 그 밑으로 움직여 자리를 피해줬다고 한다. 철구소는 소의 모양이 좁고 절구 모양이라고 하여 ‘절구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가 현재는 ‘철구소’로 불리고 있다. 깊이는 약 7m로 보기에도 상당히 깊어 보였다.

    주암계곡을 찾으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능선에 있는 심종태바위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위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낼 듯 촛대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 그 모습이 당당하고 인상적이어서 배내골을 오가는 도로에서도 쉬 눈에 띈다. 영남알프스의 보기 드문 진경이다.

    배내골에서 유명한 파래소폭포로 발길을 돌렸다. 이 폭포는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에 있다. 휴양림이 있는 계곡에는 파래소폭포를 비롯, 크고 작은 폭포들이 등산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이곳 여러 폭포들을 대표하는 파래소 폭포는 옛날에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올리던 지역이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바래소’였다고 한다. 오랜 세월 물살에 깎여 항아리처럼 옴폭해진 암벽 아래로 비단결처럼 곱고 가지런한 물줄기가 쉼 없이 쏟아진다. 높이는 15m 정도. 폭포수를 담은 소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푸른빛을 띤다. 얼마나 깊은지 명주실을 한 타래나 풀어 넣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소(沼)의 둘레는 100m 정도로 오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큰 함성과 함께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에 발을 담그면 몸과 마음의 잡티가 단번에 씻겨 나가는 듯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늦가을이 되면 신불산자연휴양림에서 숲길을 따라 2시간쯤 걷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사르락 사르락 소리를 내며 넘실거리는 억새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산 위에서 바다를 만난 느낌을 실감할 수 있다. 간월재 억새밭이다. 시간이 되면 꼭 들러볼 만하다.

    배내골에는 이 외에도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인 통도골, 배내골로 흘러드는 수많은 계곡 가운데 가장 골이 깊고 수려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청수골, 장전마을 앞에 펼쳐지는 송림숲, 갖가지 나물이 많이 채취되는 염수봉 등 골짜기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많은 명소들이 있다. 배내골은 밀양에서 밀양댐을 지나거나, 양산시내에서 어곡공단, 원동을 지나거나, 울산에서 석남사를 거쳐 도착할 수 있다.

    글=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명용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