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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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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하필왈리(何必曰利)- 어째서 꼭 이익만 말씀하십니까?

  • 기사입력 : 2014-05-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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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역사에서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쯤의 250여년간을 전국시대(戰國時代·기원전 475~221년)라고 부른다.

    이 시대에는 나라마다 부국강병을 함으로써 자기 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려고 했다. 그러니 전쟁이 없는 날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거의 모든 학문과 사상은 이 시대에 다 나왔다. 중국이 하나로 통일된 뒤에는 새로운 학문이나 사상이 나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새로운 학문과 사상이 많이 나왔을까? 제자백가(諸子百家)라 하는 많은 학자들이 자기의 학설이나 정책을 개발해 각 나라의 임금을 설득하러 다녔는데, 자기의 주장이 먹혀들면 하루아침에 그 나라의 정승 등 고위직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세에 공자 다음가는 성인으로 추앙받는 맹자(孟子)도 그 당시 제자백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어느 해 맹자가 양(梁)나라로 찾아가니, 양나라 혜왕(惠王)이 맹자를 맞이하면서 “선생께서 천리를 멀다하지 않으시고 찾아와 주셨으니, 장차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군요”라고 했다.

    그러자 맹자가 받아서 “임금님께서는 어찌 꼭 이익만 말하십니까?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임금님께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까?’라고 하면, 임금님 밑에서 각 지역을 맡아 다스리는 대부(大夫)는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을 이롭게 할까?’라고 하고, 대부 밑에서 벼슬하는 사(士)는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라고 할 것입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만 챙기면, 나라는 위태롭게 됩니다. 정의(正義)를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이익만 앞세우면,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당장 세금을 많이 거둬 군대를 양성해서 창과 활을 들고 이웃나라를 쳐서 영토를 빼앗으려는 임금을 앞에 두고 ‘인’이니 ‘정의’라고 이야기하는 맹자의 말이 물정 모르는 소리같이 들린다.

    오늘날 경쟁을 제일로 삼고 이익만 챙기는 사회는 어떤가? 계속 문제와 혼란이 일어난다. 먼저 인과 정의를 추구하면서 이익을 보려고 해야 한다.

    인과 정의가 실천하기 어렵거나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원칙을 지키면서 정상적인 길로 가면서 남을 배려해 더불어 같이 사는 방법이다. 그렇게 살면 이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결국은 이롭게 된다. 남을 배려하는 것이 인(仁)이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의(正義)다.

    이번 세월호 사건도 다 이익만 챙기는 데서 일이 커졌다. 정량보다 화물을 더 많이 실어 부당이익 챙긴 것, 선원들 월급 적게 주려고 자격 갖춘 선원을 채용 안 한 것, 선박검사협회 등이 로비를 받고 대충 선박을 검사해 준 것, 담당 공무원들이 뇌물 받은 것, 국회의원들 향응 받은 것, 심지어는 자기 아는 구조대에게 일 맡기려고 시간 지체한 것 등 모든 일이 그 근본을 캐 보면 다 이익과 연결된다.

    인과 정의를 우선하면 나중에 이익은 저절로 따라온다. 이익만 앞세우는 세상은 반드시 분쟁을 초래하고, 속임수가 판치게 된다.

    맹자가 이익을 말하지 않고 인과 정의를 말한 것은 물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앞을 보고 멀리 볼 줄 안 것이다.

    * 何: 어찌 하. * 必: 꼭 필. * 曰: 가로(말하다) 왈. * 利: 이로울 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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