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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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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자치단체장의 전제조건- 정기홍(사회2부 국장)

  • 기사입력 : 2014-05-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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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쓰지 않으면 영원히 묻힐 것 같아 6개월여 전의 얘기를 끄집어내게 됐다.

    조유행 하동군수는 지난해 10월 20일(일요일) 새벽에 김해에 사는 장조카로부터 아버지(조 군수의 큰형님)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 군수에게 아버지나 다름없었던 큰형님의 별세 소식은 참기 힘든 큰 슬픔이었다.

    고향인 하동군 횡천면에서 9남매 중 6번째로 태어난 조 군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자신보다 13살 위인 큰형님이 이발소를 운영하며 어머니를 포함해 식구 10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며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조 군수는 큰형님의 별세 소식을 알리지 않기 위해 1호차 기사에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킨 후 평소처럼 사무실에 나왔다가 오후에 김해 빈소로 향했다. 이튿날은 서울 출장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월요일 오전까지 아무도 이 소식을 몰랐다. 조 군수는 예정대로 서울 출장을 다녀온 후 빈소를 지키고 있는데 오후에 행정과장과 재무과장 2명이 빈소를 찾았다. 조 군수는 “어떻게 알고 왔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이 시간 이후로 직원들이 단 한 명도 오지 말도록 하고, 평상시처럼 근무에 임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조 군수는 선산이 있는 횡천면의 지인에게 묘지 때문에 일꾼을 구해달라고 연락하는 바람에 아마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발인하는 날, 조 군수는 먼저 하동으로 와 예정돼 있는 오전 행사에 참석한 후 장지로 향했다. 이날 오전에는 직원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조 군수는 “장지에서 보이는 직원이 있으면 근무지 무단 이탈로 징계를 하겠다”고 엄명을 내렸고, 장지에 하동군청 직원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군수 등 출마자들이 공약을 내쏟고 있다. 공약 제시,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갖다 대는 게 더욱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그 공약에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오는 6월 말 군수직을 마감하는 조 군수는 늘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군정을 수행한 점이 3선의 민선군수를 역임한 가장 큰 원동력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이학렬 고성군수도 순수했던 생도 시절의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자신에게 엄격했기 때문에 3번에 걸쳐 군수를 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출마자들은 자신의 장점만을 부각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과연 엄격한 기준을 갖다 대고 있는지. 정치인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갈수록 냉정해지고 있다.

    정기홍 사회2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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