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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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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성성자(惺惺子)를 울리며- 김진현(사회2부 국장)

  • 기사입력 : 2014-04-2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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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울을 끄집어냈다. “딸랑”. 탁하지만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한동안 책상 깊숙이 두었던 한 쌍의 방울이다. 취재 현장에 돌아와 1년. 문뜩 그 방울이 보고 싶었다. 책상 속에 있었지만 늘 마음에 품고 있던 방울, 일명 성성자(惺惺子)다.

    20여 년 전 기자가 됐을 때 지난해 작고하신 부친이 내게 주신 것이다. 역사학자였던 부친은 어려운 길을 걷게 됐다며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정신을 설명하며 함께 주셨다. 더불어 당부도 하셨다. “물건은 잃어버려도 정신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누구나 기억에 담아둔 아버지의 말씀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특히 돌아가시어 볼 수 없으면 마음에는 눈물이 흐른다. 얼굴은 뵐 수 없지만 작지만 부드럽고 칼칼하던 목소리가 생각난다.

    성성자. 알 만한 분은 다 아는 참 좋은 뜻을 가진 방울이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토를 달아본다.

    끊임없이 조정을 비판하면서 위민정치를 주장했던 남명 선생에겐 ‘경의검(敬義劍)’과 ‘성성자’가 있었다. 품에 지닌 ‘경의검’에는 ‘내명자경(內明者敬) 외단자의(外斷者義)’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안으로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은 경이요, 밖으로 일을 결단하는 것은 의’라는 뜻이다. 또 옷고름에는 작은 두개의 방울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방울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게 성성자이다.

    책상 깊이서 꺼내 책상머리에 달아둔 성성자를 보면서 나를 반성한다. 그리고 성성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지금이 우리에게 방울소리를 울려야 하는 시점이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이맘때면 누구나 선거 훈수를 둔다. 방관자가 아니라 참여자의 입장에서 두는 훈수는 값지다.

    고성으로 발령받은 후 제일 먼저 한 것이 주소를 옮긴 일이다. 고성군민으로 있어야 정치에, 행정에 훈수도 두고, 비난도 하고 또 투표도 할 수 있어서다. 선거는 시민의 몫이다. 자신들이 뽑아놓고 욕하지 말자. 제대로 뽑자는 말이다.

    고성의 이익보다는 사익을 위해 노력을 했거나 노력할 것 같은 사람. 자신의 이름값을 앞세워, 표심을 앞세워 인사 청탁을 하거나 개입할 것 같은 사람. 이런 군수, 이런 도의원, 이런 군의원은 뽑지 말자.

    좁다. 땅은 넓은데 행정과 정치가 움직이는 고성읍은 너무도 좁다.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선거가 어렵다. 그래도 고성을 사랑하는 고성군민이면 정신 똑바로 챙기고 어느 말이 옳은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지 눈 부릅뜨고 봐야 한다.

    1년쯤 지나 방울소리 들으며 자신을 욕하지 않도록 말이다.

    김진현 사회2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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