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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22) 제비를 찾아라

그 많던 제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기사입력 : 2014-02-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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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창원 우산초등학교에서 열린 한일 어린이 제비 캠프에 참석한 초등학생들이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 교사모임 제공/
    처마 밑에 자리 잡은 제비집.
    창원 우산초 학생들이 제비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강남 갔던 제비는 삼짇날(음력 3월 3일)에 날아와서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다시 강남으로 간다. 봄의 전령사 제비는 누구보다 먼저 봄이 오는 소식을 알리고 가을에 떠나는 ‘여름철새’다. 까치와 함께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새이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제비는 귀한 새가 됐다. 그 많던 제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제비를 찾아라=?지난해 5월 ‘경남의 제비 총조사’가 진행됐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경남 교사모임(이하 경남환생교)’과 ‘경남생명의숲’이 주축이 돼 5월 13일부터 26일까지 김해, 밀양, 진주, 창원, 의령, 창녕에서 우리 지역에 있는 제비를 조사했다.

    발견된 어미 제비는 모두 453마리. 경남 전역을 조사한 것도 아니었고, 조사 인원도 스무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의미는 컸다. 지금까지 경남에서는 제비가 얼마나 찾아오는지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제비 개체 수에 대한 조사도 있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행한 ‘야생동물 서식실태조사 및 관리 자원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2000년 100ha당 37마리였던 제비가 2011년에는 19.8마리로 확인됐다. 10년 만에 딱 절반으로 줄었다.

    충북 산림환경연구소 자료(1998)에 따르면 제비개체수는 1987년과 비교해 무려 95%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2년간 기록=?경남의 제비 총조사는 이제 걸음마를 뗐지만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무려 42년간 제비를 조사하는 곳이 있다.

    일본 이시카와현에서는 작년 5월 제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미 새는 1만3414마리, 둥지 1만2557개였다. 지난 1972년과 비교하면 40% 정도 제비 개체수가 줄었다.

    일본의 ‘현’은 우리의 ‘도’의 개념이다. 이사카와현의 모든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가 조사에 참가했고 참가 학생은 1만2630명에 달했다.

    ‘고향의 제비 총조사 검토위원회 이시카와현건민운동 추진본부’라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무려 42년간 같은 지역에서 같은 조사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에서 부모 세대로 이어지고 다시 손자 세대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제비’다.

    해마다 조사 전 교사들은 학교 통학구역의 지도를 마련하고, 학생들은 지도와 주소를 보면서 조사구역마다 2~3명씩 짝을 이뤄 조사한다. 두 시간 정도면 조사가 끝난다. 오랫동안 해오던 조사이기에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돕고, 서식처가 있는 곳은 ‘제비 스티커’가 있어 찾기도 쉽다.

    지난해 8월 이시카와현 학생들이 창원 우산초등학교로 찾아와 ‘제비 캠프’를 열었다. 제비를 통해 한일 두 나라의 어린이들이 교류하는 것이다.

    박성현 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사는 “제비 총조사 이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의 제비부터 조사를 하고 있다”며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문화재청에서도 천연기념물 지정을 검토하기 위해 조사를 하는 등 해가 갈수록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데에도 제비 조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비 이야기=?제비는 친숙한 새다. 중국 당나라에서는 음력 3월에 과거를 치렀고, 급제하면 어사화를 꽂아주는데 어사화는 살구꽃이다. 급제를 하면 어사화를 꽂고 잔치를 하는데 이를 급제춘연(及第春宴)이라 한다. 잔치 연(宴)자와 제비 연(燕)자가 우리와 중국 발음이 같다. 그래서 제비 그림이 벼슬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었다고 한다. 화투장 ‘비고도리’에 나오는 새도 실은 ‘제비’다. 우체국의 상징도 ‘제비’다.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해주는 반가운 새이기도 하고, ‘물찬 제비’라는 말이 있듯이 빠르기도 하다. 제비는 4~5월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6월 말이면 둥지를 떠난다. 어미는 다시 짝짓기를 하고 7~8월에 다시 알을 낳는다.

    제비는 하루에 300마리가 넘는 곤충을 먹이로 잡는다.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고 새끼는 무럭무럭 자란다. 대표적인 해충인 모기를 잡아먹는 것도 제비다. 제비가 줄면서 모기가 늘어났는지도 모른다. 생태계 균형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8월 중순이 되면 2차 번식으로 태어난 새끼 제비까지 자라 떠날 준비를 한다. 곧바로 ‘강남’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강남으로 떠나기전 전남과 경남 혹은 제주 지역 갈대밭에 모였다가 한꺼번에 이동한다. 여기서 ‘강남’은 중국 양쯔강 남쪽을 뜻하고, 따뜻한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의 ‘제비’ 프로젝트=?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경남 환생교와 경남생명의숲이 하던 제비 관련 사업을 이어받아 올해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한국·일본·대만 제비 도래시기 동시 모니터링 △제비 총조사 △한일 어린이 제비 캠프 등이다.

    일본의 민간단체인 ‘Bird Research’의 요청으로 한국(경남)과 일본, 대만 등 3개국이 동시에 제비 도착시기를 조사한다. 3~4월 중에 조사하며 이는 향후 제비연구 네트워크 기반을 구축하는 토대가 된다.

    5월에는 지난해 민간 중심으로 진행된 ‘제비 총조사’를 확대 실시한다. 5월 10일께부터 일주일간 도내 전역을 대상으로 하며 창원시가 중점 조사지역이 될 전망이다. 이시카와현처럼 도내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주로 참여한다. 이를 위해 람사르재단은 도교육청 등을 통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7월에는 지난해 이시카와현 학생들의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일본에서 한·일 어린이 제비캠프를 연다. 도내 초등학생 20명과 안내교사 등이 참여할 계획이다.

    이찬우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박사는 “제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한 새인데다 멸종되기 전에 이를 조사하고 돌아오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환경교육에 가장 적합한 아이템인 만큼 올해부터 재단도 적극적으로 제비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3국 동시조사와 경남 제비 총조사 등을 통해 둥지분포도를 그리고 그 위에 녹지와 하천 분포 등을 합쳐 제비생태지도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다”면서 “언론과 교육청, 기업 등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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