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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측은지심(惻隱之心)- 불쌍히 여겨 동정하는 마음

  • 기사입력 : 2013-11-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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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우물로 기어들어가 빠지려는 상황을 보게 되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불쌍히 여겨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붙들어 끌어낼 것이다.

    이때 애를 붙들어 낸 사람은 “내가 이 애를 건져주고 애 부모와 관계를 잘 맺어야지”, “네가 우리 고을의 친구들로부터 착한 일 했다는 칭찬을 들어야지”, “내가 우물에 빠지려는 애를 보고도 건져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내보고 욕을 하겠지”라는 마음에서 애를 건져내는 것이 아니다.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달려가 건져내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맹자(孟子)가 말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잘 안된 것을 보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 동정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측은지심을 갖고 있다. 측은지심은 곧 사람이 ‘인(仁: 어진 것)’하게 될 수 있는 실마리다. 우리 사람은 태어날 때 측은지심과 더불어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할 수 있는 네 가지 실마리를 부여받아 태어난다.

    ‘자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미워할 줄 아는 마음’을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고 하는데, 이는 ‘의(義)’를 할 수 있는 실마리이다. ‘자기 것을 남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을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고 하는데, 이는 ‘예(禮)’를 할 수 있는 실마리이다.

    ‘옳으냐 그르냐를 판별하는 마음’을 ‘시비지심(是非之心)’이라 하는데, 이는 지(智)를 할 수 있는 실마리이다. 이 네 가지 실마리를 ‘사단(四端)’이라고 하는데, 칠정(七情)과 더불어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예기(禮記)’에서 말한 칠정이란, 희(喜 기쁨), 노(怒 성냄), 애(哀 슬픔), 구(懼 두려움), 애(愛 사랑), 오(惡 미워함), 욕(欲 욕망)이다. 사람이 갖는 모든 감정을 칠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칠정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칠정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단 가운데서도 측은지심이 나머지 삼단(三端)의 근원이 된다. 마치 사계절이 있지만 봄이 없으면 여름 가을 겨울이 있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측은지심은 이 세상 만물을 사랑하고 길러주는 마음이다. 측은지심이 있으면, 남에게 잔인하게 굴지 못한다. 정치지도자는 독재를 할 수가 없고, 기업가는 착취를 할 수가 없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함부로 할 수가 없고, 가진 사람은 없는 사람을 업신여길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익, 명예, 편안함, 즐거움만 찾다 보니 자기가 타고난 측은지심을 버리고 산다. 측은지심은 본래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는 마음은 아니다.

    요즈음 계모가 전처의 자식들을 때려 죽이는 일도 있었고, 소금을 먹여 죽이는 일도 있었다. 자기 남편의 자식이 아니라 남의 자식이라 해도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측은지심을 잃었기 때문에 그렇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 남을 괴롭히는 사람 등등 모두가 자기보다 약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진다면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 국가에서 돈만 지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고 같이 잘 살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어진 나라(仁邦)’가 될 것이다. 경제대국, 복지국가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덕(仁德)이 있는 나라’가 더 중요하다. * 惻 : 슬플 측. * 隱 : 숨을 은. 마음 아파할 은. * 之 : 갈 지. …의 지. * 心 : 마음 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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