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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 기사회생(起死回生)- 죽을 뻔하다가 다시 살아남

  • 기사입력 : 2013-11-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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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결승전에서 삼성팀이 기적의 우승을 차지했다. 관중의 입장에서 보면 예측을 불허하는 7전4선승제 7차전까지 팽팽히 맞서는 아주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결승에서 1승 3패의 스코어로 몰린 팀이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는 기록을 삼성팀이 깼다.

    경기 시작 전 거의 모든 야구 전문가들이 정규리그 1위 팀인 삼성의 우승을 예측했다. 삼성의 우승 확률을 8대 2 정도로 보았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하자,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초반에 연속 2연패를 당했고, 그다음에 1승을 가져왔다가 다시 1패를 더해 3패 1승이 되었다.

    “운이 안 따른다”, “선수들이 정성이나 근성이 없다”, “감독의 전술이 부족하다” 등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지만, 삼성은 할 말이 없었다. 질 팀이 아닌데, 계속 져서 벼랑 끝에 몰렸다.

    한 번만 더 지면 두산에게 우승을 내주는 절박한 상황이고, 5차전 5-5로 맞선 8회 초 박한이가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것이 패전 상황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 계속 3연승을 했다.

    운동 경기는 육체적 싸움이지만, 정신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 진다고 생각하면 진다. 이긴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능력과 혼을 다 쏟으면 경기 분위기가 바뀐다. 삼성 야구팀이 그것을 입증해 주었다.

    영국의 귀족 가문에서 말더듬이로 태어나 성적도 그렇게 좋지 않았던 처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동안 재수를 했다. 재수를 하면서도 공부에만 열중하지 않고 밤이면 깡패 흉내를 내는 불량소년이 되어 건들거리며 돌아다니다 책을 보며 지나가던 어떤 착한 학생의 어깨를 자기 어깨로 툭 치며 시비를 걸었다. 그 학생이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저렇게 의미 없이 살까?”하며 중얼거리며 떨어진 책을 다시 주워 지나갔다.

    그 말을 듣고 처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번밖에 오지 않는 인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그날부터 단단히 결심하여 열심히 공부해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영국 수상을 두 번 지냈고,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영국 국민들의 추대를 받고,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으로 정치가로서는 드물게 노벨문학상도 받았다.

    필자가 아는 어떤 종교지도자는 20세 때부터 30대까지 폐결핵으로 완전히 누워 지냈다. 숨만 쉰다 뿐이지 송장이나 다름없었다. 거의 죽음 문턱까지 갔지만, 내가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로 다시 살아나 지금 80세를 넘겨 생존해 있다.

    사람은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다. 남이 볼 때는 아무런 걱정 없는 사람 같아 보여도, 다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 이를 잘 극복해서 재기(再起)하느냐, 거기서 포기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하는 것은 환경도 작용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조금 어렵다고 자살하려 드는 사람은 자살하는 독한 마음을 재기하는 데 쓴다면, 다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야구팀처럼 거의 다 망했다가 다시 살아나듯이, 개인의 운명이나 회사, 단체, 국가 등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강한 의지를 갖고 정성과 힘을 다하면 다시 영광의 길이 열리는 법이다.

    * 起 : 일어날 기. * 死 : 죽을 사.

    * 回 : 돌아올 회. * 生 : 날 생.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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