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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 물환성이(物換星移)- 사물은 바뀌고 별도 옮겨갔다. 세상만사가 많이 바뀌었다

  • 기사입력 : 2013-10-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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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에서 배운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실하게 알게 해 주려는 목적에서 해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고적답사를 간다.

    올해는 경주(慶州) 일대로 갔다. 경주에는 신라의 불교유적만 있는 것이 아니고, 조선시대의 유교문화의 유적도 많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퇴계(退溪) 선생보다 선배인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의 탄생지로 후손들이 많이 사는 양동(陽洞)마을과 그가 공부하던 독락당(獨樂堂), 그를 향사(享祀) 지내는 옥산서원(玉山書院) 등이 있다. 양동마을은 이미 하회(河回)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포항(浦項)의 입암(立巖)이라는 마을에 있는 입암서원(立巖書院)에 갔다.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선생이 만년에 은거하다가 세상을 떠난 곳이라, 서원을 세워 기념하는 서원이다.

    마침 서원 마당 구석에 수수 한 포기가 이삭이 패어 알이 가득 차 보기가 좋았다. 요즈음 학생들은 대부분 도시에 살기 때문에 풀이나 나무 이름을 모르겠지라고 미리 생각을 하면서, 혹시나 싶어 “저것이 무어지?”하고 물어봤더니, 아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학생이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자기 어머니에게 물어봤다. “수수다”라는 답이 왔다고 하면서, “수수”라고 대답했다.

    옛날에는 한글을 모르는 사람을 두고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을 썼는데, 요즈음 젊은 학생들은 ‘ㄱ’자는 다 알지만, ‘낫’은 모른다. 낫을 구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은 더 이상 쓰일 수가 없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시루에 물 붓기’ 등의 속담 등은 이미 생명력을 잃었다. 의미 전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속담을 쓰는 것인데, 써 봐야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변한 것이, 인류가 생긴 이래 몇 천 년 동안 변한 것보다 더 많이 변했다고 한다.

    전화 하나만 예를 들자면,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대학 교수라도 집에 전화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전화를 한 대 신청하면 1년 쯤 뒤에 달아줬다. 전화를 달아도 시내전화만 하지, 시외전화를 좀 하면 월급의 5분의 1 정도가 전화비로 나갔다. 외국에 전화를 할 일이 있으면 전화국에 가서 전화를 했는데, 전화비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비쌌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을까, 일반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가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갖고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화상통화 등 못하는 것이 없다.

    생활이 워낙 바뀌다 보니 한문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애로사항이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병원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기 때문에 한문 책 속에 묘사된 생활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대청마루’, ‘사랑채’, ‘문간방’, ‘동구 밖’ 등 아주 쉬운 말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

    옛날 것이라고 무조건 다 잊어버리고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고, 좋은 풍속, 좋은 습관 등이 얼마든지 있다.

    좋은 것은 오늘에 되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요즈음 젊은 학생들은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없이 그냥 다 잊고 지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 物 : 만물 물. * 換 : 바꿀 환.

    * 星 : 별 성. * 移 : 옮길 이.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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