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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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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갈등교착(葛藤交錯)- 칡넝쿨이나 등나무 넝쿨처럼 서로 뒤엉켜 있다

  • 기사입력 : 2013-07-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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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 위아래층이 소음으로 다투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상에서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투다 목포 사람이 부산까지 가 사람을 죽였다.

    3조 원을 들여 발전소를 지으면서 전기를 보내는 데 필요한 송전탑 하나 세우지 못할 정도로 지역주민과 국영기업체가 맞서고 있다. 국회는 매일 여야가 대립하고 있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계파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바야흐로 갈등이 극치에 이른 세상이 되었다. 갈등이란 원래 ‘칡넝쿨’을 나타내는 ‘갈(葛)’과 ‘등나무 넝쿨’을 나타내는 ‘등(藤)’으로 이뤄진 단어다. 두 식물 다 넝쿨 식물로 다른 나무나 식물들을 칭칭 감고서 자란다. 칡넝쿨은 반드시 오른쪽으로 돌면서 감고, 등나무 넝쿨은 반드시 왼쪽으로 돌면서 감는다. 그래서 한 곳에서 자라면 반드시 서로 일치가 되지 않고 서로 반대로 감기 때문에 더욱 복잡하게 뒤엉킨다.

    ‘갈등(葛藤)’이란 단어를 또 ‘칡넝쿨’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등(藤)’자를 넝쿨로 해석한 것이다. 아뭏든 이리저리 복잡하게 얽히어 쉽게 풀 수 없는 상태를, 칡넝쿨이나 등나무 넝쿨이 뒤얽힌 것에 비유하여 ‘갈등’이란 말로 표현해 왔다.

    갈등은 내적인 갈등과 외적인 갈등으로 나누는데, 내적인 갈등은 개인 마음 속에서 느끼는 풀기 쉽지 않은 복잡한 문제를 가리킨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말하느냐, 마느냐?, 허락하느냐, 거절하느냐? 등등 개인의 선택과 판단의 문제다.

    소설 등에서는 이 갈등구조를 부각시켜야 더 재미가 있다.

    외적인 갈등은 그 양상이 다양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사람과 사회와의 갈등, 사람과 조직과의 갈등, 사람과 국가와의 갈등, 사람과 자연과의 갈등, 사람과 운명과의 갈등, 사회와 사회와의 갈등, 조직과 조직과의 갈등, 국가와 국가와의 갈등 등등, 갈등의 관계는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회적으로 보면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 남자와 여자의 갈등,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갈등이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보수와 진보와 갈등, 여당과 야당의 갈등, 여당과 청와대와의 갈등,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 도시와 농촌의 갈등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과 북한의 갈등, 한국과 일본의 갈등, 한국과 중국의 갈등 등등이 있다.

    그러나 갈등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개개인이 자기 주장을 강하게 펼쳐 변화와 발전을 강하게 바라는 역동성(力動性)이 있다는 말이다.

    갈등은 혼란과 위험이 있지만,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무런 갈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극적이고 피동적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내적 외적 여러 가지 갈등을 잘 승화시켜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평이나 요구만 하지 말고,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 葛 : 칡 갈. * 藤 : 등나무 등.

    * 交 : 서로 교. * 錯 : 뒤섞일 착.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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