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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근언소화(謹言少禍)- 말을 삼가면 재앙이 적어진다

  • 기사입력 : 2013-07-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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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한 역사서인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송(宋)나라 학자 사마광(司馬光)은 “내가 평생 한 일 가운데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할 것은 일찍이 있지 않았다(平生所爲, 未嘗有不可對人言者)”라고 했다. 혹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한 모든 행동과 말이 공개되었을 때 떳떳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들에게 공개돼도 떳떳할 수 있도록 평소에 늘 노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비밀리에 하는데 누가 알겠나 하는 생각에서 잘못된 행동과 방자한 말이 나오게 된다. 특히 말은 상대방과 주고받는 경우가 많으니, 상대방에게 이끌려 본의 아니게 남을 헐뜯거나 비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맹자(孟子)가 “남의 좋지 않은 점을 말하다가 마땅히 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言人之不善, 當如後患何)”라며 경계한 적이 있다.

    잘못된 행동과 말은 반드시 뒤에 문제가 된다. 2007년 임기말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과 대담한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대화록이 공개돼 정치적 논쟁이 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한 말 가운데는 이런 것이 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에서의 북측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하고 싸워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의 입장을 변호해 왔습니다”, “남측에서 이번에 가서 핵문제를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와라… 주문이 많았죠. 판 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주장 아니겠습니까?”, “NLL문제, 그것은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서는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니까… 뒷걸음질 치지 않게… 쐐기를 박아 놓자”,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외국군대가 있는 것은 나라 체면이 아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이다.”

    김정일과 대화한 내용이 NLL포기, 북핵 비호, 반미, 차기정부에 쐐기 박기에 대한 논의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취임선서를 한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이겠는가? 이런 대통령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국토를 방위하겠다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이 무엇을 하겠는가?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 내용과 노 전 대통령의 귀국 보고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당시의 국방장관, 국정원장이 대화록 내용이 사실이라고 증명을 하고 있으니, 민주당은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방이 용광로보다 더 뜨겁다. 새누리당은 직접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이적행위를 한 ‘반역의 대통령’으로 간주해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공개해서는 안 되는 사초(史草)를 공개한 ‘폭군 연산군’에 비유하는가 하면, 남재준 국정원장을 ‘매국원장, 불법공작정치의 행동대장’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상당수의 친노인사들이 입을 닫고 공방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말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謹 : 삼갈 근. * 言 : 말씀 언.

    * 少 : 적을 소. * 禍 : 재앙 화.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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