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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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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 흉무편견(胸無偏見)- 가슴속에 치우친 견해가 없다

  • 기사입력 : 2013-06-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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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알고 있는 서울 어떤 대학의 대학원장을 지낸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부인이 눈병이 있어 서울에 있는 유명 병원을 다니며 치료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 일본 동경대학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해주어 동경대학 병원에 갔다. 동경대학 병원의 의사가 말하기를 “이 수술은 한국 진주에 있는 경상대학교 병원에 가서 받으십시오. 경상대학교 병원이 우리보다 이 수술을 더 잘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경상대학교 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고 효과를 본 적이 있었다. 국내 의과대학 교수들이 누구도 말하지 않던 내용을 일본 동경대학 병원 교수에게 들었다.

    경상대학교 수학교육과의 조열제, 전영배 교수 등은 논문을 5600편 이상 발표하여 이미 세계적인 수학자 반열에 올라 있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내놓은 ‘산업계 관점 대학평가결과’에서 경상대가 건축 부문과 일반기계 부문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중, 평가 대상 38개 분야 가운데서 두 분야 이상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은 대학은 경상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부산대, 울산대, 홍익대, 인하대, 한국기술교육대 등 9곳뿐이었다.

    대학입시철이 되면 유명 입시학원에 의해서 대학의 서열이 정해지는데, 이것이 학부모들이나 입시지도 고교 교사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서열에 의해서 학생들은 자기가 진학할 대학을 선정하는데, 지방에 있는 많은 대학들은 대부분 설움을 겪는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떤 분야에서 어떤 대학 어떤 학과가 괜찮고, 내 적성에 맞는가는 다음이고, 우선 서울에 있는 이름 있는 대학에 가자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슨 전공이냐? 내 적성에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것은 절실한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자기가 속한 고등학교의 명문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데 학생 자신이 이용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입학한 뒤에 심한 갈등을 겪고 방황하게 되고, 더 심하면 자신의 인생 항로를 잃고 마는 수도 있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대학 교수들은 지금 거의 평준화되어 있고, 어떤 특정한 분야는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월등하게 나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경남대학교의 북한대학원은 전국 어떤 대학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존재다. 경남대학교의 교원임용시험 합격률은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은 전국에서도 최우수 교수진으로 짜여져 있고, 사립대학 가운데서도 학교운영 잘하기로 이름나 있다. 창원대학교 기계설계공학과는 전국 최고의 취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필자가 몰라서 언급을 못하지만, 일반사람들이 잘 모르는 우수한 연구진과 교수 역량을 가진 대학과 학과와 우수한 교수들이 우리 경남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철이 되면 경남에 있는 대학들은 ‘지방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도매금으로 평가절하된다. 경남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각종 문화단체 등도 지방에 있는 대학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남 소재의 행정기관, 박물관, 문화관 등에서 학술행사를 하면서도 주로 부르는 교수는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들이다.

    대학을 보는 사람들의 가슴속 편견도 없어져야 대학을 올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胸 : 가슴 흉. * 無 : 없을 무.

    * 偏 : 치우칠 편. * 見 : 볼 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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