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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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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 소장

“풍수지리는 자연 거스르지 않는 삶의 지혜”

  • 기사입력 : 2013-06-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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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 소장이 창원시 마산회원구 팔용산 입구에서 패철(풍수지리가가 사용하는 일종의 나침반)을 들고 산세,지세,수세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 소장은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라 자연과학임을 강조했다.




    본래 산업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이공계 출신이 귀한 시절이라

    취직도 쉽게 했고 벌이도 괜찮았다.

    직장도 직업도 안정적이었다.

    이대로라면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평범했던 서른 중반의

    회사원에게 갑자기 죽음에 대한

    의문이 밀려들었다.

    ‘인간이란 죽으면

    정말 끝이 나는 것일까’는.

    일견 사춘기 즈음에 한 번 스쳐가는

    고민과 의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맞닥뜨린 의문은

    떠나가지 않고 끈적하게

    자신의 주변을 맴돌았다.



    서른에 갑자기 밀려든 죽음에 대한 의문

    ‘죽으면 모든 게 끝인가’ 하는 의문은 이내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다소 현실적인 의문으로 바뀌었다.

    ‘죽음’을 알아보자. 찾고, 깨우칠 수 있는 방법은 그 대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죽음에 가장 근접해서 고찰해보기로 했다. 해답은 자연(自然)이었다. 죽음이란 게 본디 자연의 일부 아닌가.

    풍수지리사 주재민(54·화산풍수지리연구소) 소장이 풍수지리를 공부한 동기다.

    주 소장은 “자연을 연구하고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 풍수지리라고 생각했고, 이왕 시작한 것 제대로 배워보자고 작심을 했다”고 회고했다.

    주말마다 당시 풍수지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스승을 찾아 서울로 향했다.

    직장생활하랴, 서울까지 오르내리랴 지칠 만도 한데 시간이 갈수록 신이 났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는 희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 소장은 “내가 공부하는 풍수지리가 미신(迷信)의 함정에 빠져들까 조심했다. 때문에 자연과학 서적을 탐독하며 자연과학과 풍수지리의 연관성을 찾으려 애썼다”며 “그 결과 풍수지리는 옛 선조들이 자연을 합리적으로 해석해 놓은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풍수지리는 삶의 지혜

    인간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과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다. 어떤 형태든 자연의 영향을 받고, 또 자연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주 소장은 풍수지리에 대해 “바람과 물, 땅의 이치를 깨달으면 사람들의 생활은 보다 안정되고 편안해진다”며 “이를 좀 더 확대하면 인간의 길흉화복을 결정 짓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바람·물·땅 등 인간을 싸고 있는 자연을 조화롭고 합리적으로 이해한다면 이는 곧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곳이라든지, 또 습기가 항상 찬 음습한 곳은 상식적으로도 생활하는 데 좋지 않다.

    바람이 지나치게 많으면 생활에 불편하고, 물이 고이면 건물이나 집을 상하게 하고, 음습한 곳은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풍수지리는 이처럼 생활과 건강을 해치는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지혜인 셈이다.



    사자(死者)도 행복해야 한다

    주 소장의 관심은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자에 더 쏠려 있다. ‘죽음이 끝이 아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사후(死後)를 얘기할 때 미신이라는 의심을 제일 많이 받는다. 하지만 우리네 문화가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또 먼저 세상을 등진 조상들을 잘 모시는 게 아직은 미덕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때문에 산 사람도 풍수지리를 따져 좋은 곳에 살아야 하지만, 죽은 자들의 영혼과 육신도 좋은 환경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명당(明堂)을 고집할 이유는 없지만, 굳이 자연환경이 척박한 곳에 봉분을 만들거나 유골을 안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조를 좋은 곳에 모시고, 후손들이 마음 편하게 지내면 그게 좋은 것이다는 논리다.



    풍수지리, 미신(迷信)으로 여겨서는 안돼

    주 소장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자 홍콩의 많은 풍수지리사들이 유럽으로 건너갔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들은 그곳에서 풍수지리에 대한 광고를 냈고, 의외로 많은 현지인들이 반응을 보였다.

    물론 서양인들이 풍수지리를 제대로 알고 풍수지리사를 찾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氣)라는 것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풍수지리가 기(氣)와 관련된 일종의 서비스라고 여겼을 것이다.

    풍수지리에 대한 수요는 집뿐 아니라 사무실이나 공장 등 광범위했다.

    주 소장은 “서양에는 이전부터 자기장이나 파동(波動) 등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연구가 있었고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며 “서양인들이 풍수지리를 찾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풍수지리사들의 해외수요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현지 교포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차츰 현지인들까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과학이 기반돼야

    많은 사람들이 전자파(電磁波)는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일종의 자연파를 생성하는 바람·물·땅의 이치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 것일까.

    주 소장은 “풍수지리를 자연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한 학문으로 발전돼야 된다”며 “이미 사람의 뇌파(腦波)는 토질과 암반 등 땅의 성질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이런 성과물들이 계속 축적돼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풍수지리가 ‘미신’이나 ‘사이비’라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현대과학이 뒷받침되는 논리를 정립하고, 과학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암반지대나 습기찬 곳, 변압기가 가까이 있는 곳 등은 유해 전자파가 많아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데, 이런 곳들은 풍수지리에서도 권하지 않는 곳이다.

    때문에 이를 설명할 때 풍수지리 측면에서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풍수지리가 생활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풍수지리, 진실하고 정확해야

    주 소장의 풍수지리에 대한 원칙은 진실과 정확이다. 진실하지 않으면 미신으로 몰리기 십상이고, 정확하지 않으면 사이비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돈이다.

    주 소장은 “많은 지주들이 자신의 땅을 처분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물론 좋은 땅이나 임야를 구해달라는 사람도 많다”며 “적당히 타협해 연결해 주면 쉽게 큰돈을 벌 수도 있는 구조지만, 아직 한 번도 매매에 개입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곤란한 상황이라도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지 않으면 그렇다고 말한다. 상대가 당장 마음이 상하더라도, 양심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주 소장은 집을 짓거나 땅을 구입할 때 컨설팅을 해주는데, 돈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상대의 행·불행을 결정할 수 있다는 책임감과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사람에게 희망 주고, 후배 양성하고 싶어

    주 소장이 화산풍수지리연구소 문을 열고 본격적인 풍수지리사로 활동한 것은 10년 정도다.

    마산의 한 자동차부품 협력업체 공장장으로 있었지만, 풍수지리의 매력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사는 공장이나 전원주택, 묘지 등 풍수 설계를 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자연의 나쁜 기운을 사전에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장을 예로 들면 부지는 어떤지, 건물은 어디에 세워야 하는지, 건물 내 공간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주 소장은 “물론 사례를 받지만, 줄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강요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피할 수 있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돈하고는 인연이 없어 아직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땅도, 산도, 집도 없는 풍수지리사는 아마도 세상에서 내가 유일할 것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주 소장의 꿈은 두 가지.

    하나는 후배들을 양성해 많은 사람이 풍수지리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다른 하나는 풍수지리 컨설팅이 법률서비스처럼 정확하고 명쾌하도록 만들어 일반인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작은 바람을 털어놓았다.

    “풍수지리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지혜다. 맹신(盲信)이 아닌,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글=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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