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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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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 이구복방(利口覆邦)- 말 잘하는 입이 나라를 뒤집는다

  • 기사입력 : 2013-05-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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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孔子)께서 ‘논어(論語)’에서 말씀하시기를, “말 잘하는 사람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惡利口之覆邦家者]”라고 했다. 공자께서 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미워했을까? 말을 잘하는 사람은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할 수 있고, 훌륭한 사람을 못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고, 못난 사람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등 이치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조선 중종 때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은 ‘이구복방부(利口覆邦賦)’라는 글을 지어 말 잘하는 사람의 재앙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하는 데는 말을 잘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민주주의가 도입되어 선거로 지도자를 뽑게 된 이후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장관이나 국회의원에 언론인이나 변호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이다.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가끔 텔레비전을 켜 보았더니, 안철수 후보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잡아내는 사람이 있었다. 보통 사람이 봐서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잘 잡아냈다. 야당의 허점도 잘 잡아냈다. 박근혜 후보에게 노골적으로 유리하게 논지를 폈다. 그러나 말이 너무 과격하고 품위가 없었다. 인상,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등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신경을 많이 쓴다 싶었다. 출연자 이름을 봤더니, 윤창중이라는 사람이었고, 어떤 사람인가 알아봤더니, 문화일보 논설실장 등 언론인으로서 활약을 많이 했고, 특종도 많이 했고, 언론 관계상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 3일 뒤에 그를 맨 먼저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너무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송에서 자기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인물을 대변인으로 발탁하면, 반대파들을 끌어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라고 혼자 생각했다. 인사서류를 기자 앞에서 뜯어 보이는 태도 등이 눈에 거슬렸다. 아니나 다를까 야당 등에서 대변인 발탁을 반대했다. 그 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해서 데리고 들어갔다. 이번에도 야당에서 극력 반대했다.

    기자회견하는 자세나 인상, “저도 모릅니다”라는 등의 말투 등이 대통령 의중을 대변하는 공직자의 자세는 아니었다. 대통령의 얼굴과 입을 대신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한 나라의 체면과 관계되는데, 처신이 철없는 연예인 같았다.

    이번 방미(訪美) 때 대통령을 수행한 사람이라면 돌아올 때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것이고, 대변인이라면 대통령이 언제 찾을 줄 모르니, 비상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할 것인데, 밤새 술을 마셨다니, 정신 상태가 썩었다. 거기다가 성추행 문제까지 벌어졌으니, 무슨 변명을 하겠는가?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 망신을 시킨 것이다.

    윤창중은 안 된다고 야당에서 거세게 반대했고,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명했는데도 대통령은 자기 고집대로 임명했다가 낭패를 당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계속 인사문제로 점수를 잃고 있는데, 이는 자업자득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많아도 그냥 임명하고 넘어 갔는데, 이번 사태의 경우 대통령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은 인사문제를 다시 한 번 신중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 利 : 날카로울 리. 이로울 리. * 口 : 입 구. * 覆 : 뒤집을 복. 덮을 부. * 邦 : 나라 방.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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