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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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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어- 손국복(시인)

  • 기사입력 : 2013-05-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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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다보면 품이 그립고

    품에 들면

    파헤치고 싶은

    끝없는 참선



    비 오는 날이면

    빗장을 걸고

    온몸으로 눈물 채워

    마침내 우우

    잿빛 그리움 왈칵

    골골이 쏟아내는

    슬픈 법어



    지나다 보면 거기 그대로

    다가서면

    태연한 몸짓으로

    한 걸음 물러서는

    기품의 산승. - <합천문학 20호>

    ☞ 지천에 들꽃들이 자기 색깔을 뽐내고 있는 봄날입니다.

    꽃을 바라본다는 건 시간의 도정에서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입니다. 자주 산을 찾는 시인은 산의 ‘품이 그립’다고 합니다. 자연과 동일시되는 사유에서 시적 긴장은 증폭됩니다.

    산허리 너머로 밤하늘의 별들을 보게 되는 날엔 정신없이 흘러간 지난날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얽힌 기억에도 낡은 레코드판이 돌아가듯, 산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산에 들어’란 제목 앞에 고개 숙여지고 산에 든다는 생각만 해도 정신이 맑아집니다. 들꽃 같은 손국복 시인이 평소 즐기는 담배 한 모금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빨아당겨 봅니다. ‘참선’ 등의 시어에서 시인의 겸허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를 읽으면서 시가 던져준 언어의 그물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오는 긴장을 맛볼 수 있어 시를 찾는 건 아닌지요. 곧 출간될 손 시인의 새 시집을 기대해봅니다.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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