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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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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1- 이상옥(시인)

  • 기사입력 : 2013-04-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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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에게 1

    곁을 떠난 적도 있는 줄 알았는데

    몸을 바꾸고 얼굴을 바꿨을 뿐

    너는 섬을 감싸고 도는 파도처럼 낯을 때렸고

    나는 늘 젖었었다



    그래도

    폐허처럼 평화롭다

    -시집 <유리그릇> 2007. 한국문학도서관


    ☞ 슬픔은 생의 양식이다.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듯이 우리 생의 곳곳에 묻혀있는 시간들의 많은 부분들은 슬픔과 연결되어 있다.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는 것도 슬픔과 기쁨이 전혀 다른 감정이 아니라, 메두사의 머리처럼 하나의 몸에서 돋아난 두 개의 머리이기 때문이다.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었던 것이 슬픔으로 바뀌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은 허다하다. 이상옥 시인은 누이가 죽음이라는 슬픔으로 가슴에 자리 잡고 나서 이 시를 썼다. 꼭 가슴 사무치는 죽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슬픔이라는 눈물을 삼키지 않고는 이 생을 다 건너갈 수 없다.

    우리는 늘 슬픔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젖어 있었던 것이다. 슬픔을 대하는 담담한 이 시 한 편이 그리움을 자아 올리는 우물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 가슴에 맑은 하늘 한 폭을 들여놓는다. 통곡하는 슬픔의 가장 안쪽은 시리도록 말갛다. 박우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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