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7일 (금)
전체메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경남신문 공동기획 '초록기자 세상'] ‘생태하천 조성’이 생태 위협한다니!

거창 위천천 보와 물놀이장 등 설치 공사
급격 수위 상승 등으로 동식물 서식 못해
자연환경과 인간에게 도움되게 개발해야

  • 기사입력 : 2013-04-10 01:00:00
  •   
  • 거창 위천에 조성 중인 수중보 공사 현장.

    임승현 초록기자


    거창은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내륙산간지이고, 강북과 강남으로 나눌 때 기준이 되는 도심하천인 거창 위천이 흐르는 곳이다. 하천명 ‘거창 위천’은 도심하천으로서 흔치 않은 1~2급수의 깨끗한 강이다. 또한 어류상을 조사한 결과 3목 7과 24종이 서식해 종다양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거창 위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인해 하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거창 위천의 주요 토속어

    나는 2011년부터 ‘거창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까?’라는 의문에 위천천에 서식하는 토속어를 조사했다. 물길이 자주 굽어지면서 여울과 웅덩이가 반복되는 계류와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상류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위천천은 쉬리와 긴몰개, 버들치 및 꺽지 등이 서식한다. 또한 낙동강 수계에만 서식하는 수수미꾸리와 얼룩새코미꾸리도 살고 있다.

    ▶거창 위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이란?

    거창군은 하천의 기능인 이수와 치수, 환경을 조화롭게 하면서 건천화 방지와 하천 유지용수·농업용수·상수도 비상취수원 확보 등에 기여하고, 군민을 위한 친수 공간 확충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요 사업공종은 가동보 설치 및 음악분수 설치, 물놀이장 설치 등이다. 내가 이 사업을 알게 된 계기는 로터리에서 ‘거창 위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던 사람들 덕분이다. 당시 정확히 무슨 사업을 하고 왜 반대하는지 몰라서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거창’과 ‘푸른산내들’을 찾아갔다.

    ▶위천천(영호강) 막개발, 전면 재검토해야

    나는 사업의 내용과 반대 사유를 알기 위해 ‘함께하는 거창’을 찾았다. 그곳에서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처음 내가 “생태하천 조성사업이니 환경이 더 좋아지겠구나”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실상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4가지이다. 첫째, 기존의 콘크리트 보 위에 추가로 가동보를 설치해 물을 가두므로 지금보다 수위가 0.9~1.5m까지 상승해 범람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단지 분수 쇼를 위해 수십억 원을 들이는 것은 예산 낭비이고, 홍수 때마다 떠내려오는 흙, 나무, 바위로 인해 가동보와 분수대는 쉽게 망가져 보수비용이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반대 사유는 세 번째이다. 셋째, 급격한 수위 상승으로 인해 달뿌리풀을 비롯한 위천천에 사는 대부분의 동식물이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위천천은 생명 없는 거대한 인공 수조가 된다는 것이다. 넷째, 위천천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단체의 반대로 결국 음악 분수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거창군 시외터미널 앞 사래비보 교체(고정보→가동보)는 진행 중이다.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한 개발 꿈꾸다

    나는 작년에 사래비보 일대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보호종 얼룩새코미꾸리를 채집했다. 혹시 이 공사로 인해 얼룩새코미꾸리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모니터링하러 갔다. 공사 현장은 끔찍했다. 수심이 1.8m 정도로 깊었던 곳은 큰 바위로 덮여 30cm도 안 되었고, 자갈과 바위로 이루어졌던 하상은 모래로 뒤덮여 있었다. 물고기는 자취를 감추었고, 요란한 포클레인 소리만 들린다. 관찰하던 중 가동보 옆에서 노란색 통이 보였다. 공사 현장 사람들이 물고기들을 모아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종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얼룩새코미꾸리가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관찰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자연환경과 인간, 모두를 위한 개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를 해 꼭 지구생명체들 간 긍정적 공생관계에 기여하리라 다짐했다.

    ▶우리 지역에서 바라본 하천관리

    최근에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친환경적인 개발이 선호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서 바라본 하천관리의 현실은 여전히 과거 진행형이었다. 이름은 생태하천 조성이었지만 제방 높이 증가와 인간 편의적인 토지 이용 증대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창 위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대해 궁금증을 품고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 활동을 통해 아직까지 공무원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고, 개발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말만 어도라고 했지 실상 물고기들이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었다. 결국 내가 바라본 사업은 여름철에 사람들이 물놀이하기 좋도록 가동보를 내려 수위를 낮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하천 생태계를 무시한 인간 중심적인 개발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피해 완화 대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임승현 초록기자(거창중앙고 3학년)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