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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 축고등신(蓄稿等身)- 쌓인 원고가 키 높이와 같다

  • 기사입력 : 2013-04-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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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여 년 전 경남신문의 당시 목진숙(睦鎭淑) 논설주간 등 몇몇 친구들로부터, ‘일반 사람들이 알기 쉬운 한자 풀이 같은 글을 한번 써 보라’는 권유를 여러 차례 들어오다가, 드디어 2003년 4월 1일 처음으로 경남신문에 ‘한자, 한문 이야기’라는 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일로 꼭 10주년 되었다. 그동안 500회 가까이 연재됐고, 쌓인 원고도 200자 원고지로 계산하면, 5000매 정도의 분량이다. 신문에 연재될 때는 지면 관계로 편집자가 적절하게 줄이기 때문에 실제 원고 분량은 더 많다.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월요일 오전까지는 원고를 보내야 한다. 중간에 1년씩 두 차례 중국의 대학에 머물렀는데, 인터넷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원고를 보낼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컴퓨터를 휴대하지 않은 채 먼 지방에 답사를 나갔다가, 원고를 보내기 위해서 컴퓨터를 찾아 여기저기 헤맨 적도 있었다.

    10년 사이에 워낙 학문 환경이나 정보취득의 환경이 좋아져 글 쓰는 데 손쉬운 점이 많아졌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고전에서 인용할 경우, 10년 전만 해도 기억에 의거해서 책을 직접 찾아봤는데, 지금은 웬만한 사이트엔 유명한 고전들은 다 올라 있어 인터넷으로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으로도 검색하여 인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편리한 것도 많아졌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어려움도 많아진다. 처음 시작할 때는 쓸 거리가 너무 많아 한 주일이 얼른 가서 다음 주 글이 빨리 실려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주일이 금방 다가온다.

    옛날 조선일보에 ‘이규태 코너’라는 고정 칼럼이 있었다. 1983년 3월 1일부터 2006년 2월 11일까지 22년 11개월 10일 동안 매일 연재하여 6702회까지 집필했다. 개인이 자기 이름을 걸고 이렇게 장기간 매일 칼럼을 쓴 것으로는 세계에서도 유일하다. 그 다양한 내용을 어떻게 그렇게 적절하게 뽑아내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탄복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도서 1만5000권을 다섯 가지로 분류를 했고, 다섯 가지 밑에 또 내용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를 했기 때문에 100% 즉시 활용이 가능했다. 또 자료 수집을 도와주는 몇 명의 직원이 딸려 있었다. 그 코너가 인기가 있자, 나중에는 하루 종일 원고 5매 쓰는 것에만 전념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래 인기를 누리는 칼럼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필자는 분류나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다. 책도 사는 대로 뒤죽박죽 쌓아두고서 오로지 기억에 의해서 찾아내고, 내용도 기억에 의해서 찾아낸다. 그러다 보니 어떤 내용을 분명히 어떤 책에서 봤는데 하고 다시 찾아보면, 다행히 금방 찾는 경우도 있지만 거기에 없고 다른 책인 경우도 있다.

    원고를 보내고 나면 필자의 마음은 만족하지 않는다. 좀 더 잘 썼으면 좋을 텐데 하고 원고를 보낸 즉시 후회가 앞선다. 그러나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가는 곳마다 변변찮은 글을 읽었다고 인사하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또 몇몇 학교, 서당 등에서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시청, 군청, 교육청, 경찰서 등지에서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올려서 여러 사람들이 보게 하고 있다.

    글을 더욱 잘 쓰고 좋은 내용을 담아 국가사회의 발전과 전통문화의 보존 계승, 윤리도덕의 회복 등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다.

    * 蓄 : 쌓을 축. * 稿 : 원고 고. * 等 : 같을 등. * 身 : 몸 신.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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