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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예술인복지법

전업예술인에게 내민 구원의 손길
허기 채울 양식? 허울 좋은 가식?

  • 기사입력 : 2013-04-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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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1년 1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굶주림과 지병으로 고독사하면서 예술인들의 생활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같은 해 11월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올해 봄부터 일명 ‘최고은 법’이라 불리는 이 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예술인을 지원하고 있다. 예술인복지법의 실효성과 전망,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알아본다.


    ▲예술인복지법, 어떻게 적용되나

    2013년 예술인복지지원사업은 크게 ‘예술인 취업지원 교육사업’, ‘예술인 창작지원 복지사업’, ‘예술인 산재 보험료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취업지원 교육사업’은 예술인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사업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예술인에게 훈련 수당(월 20만 원, 2~3개월)을 지원한다. 총 5개 프로그램에 5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350여 명의 예술인을 지원한다.

    ‘창작지원 복지사업’은 일정기간(5~6개월) 동안 예술을 활용한 사회공헌을 한 경우 일정액의 창작준비금(월 45만~60만 원)을 지원한다. ‘창작 준비금 지원’, ‘창작 전환기 지원’, ‘장애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등 3개 사업, 42억 원의 예산으로 이번 3월 우선적으로 460명의 예술인을 선발해 지원한다.

    ‘산재보험료 지원’은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보험 가입이 어려운 예술인을 위해 재단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재 예술인 산재보험은 보험료 전액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돼 있으나, 앞으로는 3개월 이상 보험을 유지하는 경우 최저임금 수준인 1등급 기준 납입보험료의 30%를 3개월 단위로 환급받는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예술인인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 즉 지원대상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마련된 것이 ‘예술활동증명’ 절차다. 창작, 실연, 기술지원 3개 예술유형을 문학, 미술·사진·건축, 음악·국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7개 분야로 나눠 발표된 작품,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등록, 보조금 지원 실적 근거를 증빙자료와 함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접수하면 심의를 거쳐 인증된다.

    하지만 ‘예술활동증명’은 입법 초기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예술인임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의 기준을 법률적으로 처음 제시했다는 점이 발전적이긴 하지만, 최근 3~5년 동안의 실적을 기준으로 해 원로예술인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코미디언 등 실연예술가들은 저작인접권에 등록하지 않았을 경우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실익이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석영철, 김경숙 도의원과 경남문화정책연구소가 개최했던 ‘경상남도 예술인 복지법 지원조례 심포지엄’에서도 ‘예술인복지법이 일반 복지제도에서 사각에 놓일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음에도 법 안에 또 다른 사각을 만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00억 원으로 57만 명을 감당할 수 있나

    ‘2012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월수입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예술인이 66.5%에 달한다. 그러나 예술인복지법 시행으로 지원되는 예산은 총 100억 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신청한 금액은 355억 원이었으나 70%가 삭감됐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이 추산한 전국의 법 적용 대상 예술인 57만 명을 기준으로 평균 1인당 2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안정적 재원 마련도 구체적 안이 없다.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일반 근로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이유로 4대 보험 혜택이 빠진 채 산재보험 규정만 남았다.

    박금숙 창원예총 회장은 “100억 원의 자금으로 중앙에서 전국 예술인들을 돌보는 것은 역부족이다. 눈 밝은 몇몇 예술인들만이 수혜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선 안 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법인 예술인복지법 제4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등을 근거로 지자체 조례가 제정되고 집행하는 형태로 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예총 차원의 간담회 등 예술인들의 실질적 요구를 수렴하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예술인들도 모르는 예술인복지법

    지난 2월 24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마련한 첫 번째 지역 순회 간담회였던 부산 간담회에는 부산지역 예술인 10여 명 남짓, 도내에서는 창원예총 관계자 1명만 참석해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다. 아울러 지난달 말 종료된 ‘예술인 창작지원 복지사업’에 공모한 도내 예술인은 전무한 것으로 보여, 실질적 대상자인 예술인들조차 그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예술인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위탁기관·단체 공모에서도 영남에서 유일하게 응모한 부산민예총과 부산예총이 탈락하고 안양문화예술재단과 대전문화재단, 광주문화재단 3곳이 선정되어 지역 안배가 불공평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천원식 경남전업미술가협회장은 “복잡한 행정 절차에 익숙지 않은 예술가들이 많고, 그러한 수고에 반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즉, 도내 5000여 명 예술인들은 ‘관심은 있으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진정한 복지로 나아가려면

    지난 1일부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저작권 등록 대행과 표준계약서 보급 등의 사업을 통해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예술인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용주와 고용인 쌍방이 특정되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예술행정 차원에서 진일보한 점이다.

    프랑스는 ‘엥테르미탕’이라 불리는 비정규직 공연영상예술인을 위한 실업급여제도를 보장하며, 일본의 예술인들은 예능실연가단체협의회에서 만든 예술인 연금보험제도 혜택을 받는다. 즉 예술인들이 일정시간의 노동을 증명하면, 정부, 지자체, 예술인조합이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의 고용안전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예술인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박금숙 창원예총 회장은 예술인복지법 시행에 대해 “물꼬를 튼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소 미비하더라도 선진국 선례를 살피고 현실에 맞도록 개선해 나가는 것은 예술가들의 몫이다”고 말한다. 예술인과 정부, 지자체가 힘을 합쳐 예술활동을 ‘소비’가 아닌 ‘노동’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예술인복지법이란= 예술인들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법으로 일명 ‘최고은 법’이라 부른다. 2011년 1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로 사망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17일 법이 제정됐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100억원의 사업비로 ‘예술인 취업지원 교육’, ‘예술인 창작’, ‘예술인 산재 보험료 지원’ 분야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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