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악기- 박현수(시인)
- 기사입력 : 2013-04-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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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악기
늙으면 악기가 되지
어머니는 타악기가 되어
움직일 때마다 캐스터네츠 소리를 내지
아버지가 한때 함부로 두드렸지
잠시 쉴 때마다
자식들이 신나게 두드렸지
황토 흙바람 속에서도 두드렸지
석탄먼지 속에서도
쿨럭, 거리며 두드렸지
뼈마디마다
두드득, 캐스터네츠는 낡아갔지
이제 스스로
연주하는 악기가 되어
안방에서 찔끔,
베란다에서 찔끔, 박자를 흘리고 다니지
- 시집<현대시학> 2013.3월호
☞ 세상에 나와서 늙지 않는 게 어디 있을까. 빈부에 관계없이 늙고 병들면 외롭고 서글프다.
요즘, 경상남도진주의료원의 폐쇄를 앞두고 시끄럽다. 진주의료원은 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 없앤다니 매우 아쉽다. 장기입원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좌불안석이다. 좋은 쪽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시인은 ‘어머니는 타악기가 되어/ 움직일 때마다 캐스터네츠 소리를 낸’다고 말한다. ‘한때 함부로 두드렸지’에서 ‘함부로’ 가슴 아프게 한다.
이 시는 어머니의 소소한 사연을 ‘캐스터네츠’로 풀어내는 애달픈 시선이 인상적이다. 어머니의 삶에서 진정한 실존과 통하고자 하는 바람은 아닌지….
아프지 않고 아름답게 늙고 싶다. 박우담(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