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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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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 약인지미(掠人之美)- 남의 아름다운 점을 약탈하다

  • 기사입력 : 2013-03-2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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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본능적 욕구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아주 강하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인류사회가 계속 발전하는 원동력은 이 인정받으려는 욕구 덕이라고 한다.

    흔히 ‘모든 사람은 다 평등하다’라고 자주 말하는데, 기회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는 평등하지만, 실제로 불평등한 것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면 공무원이 된 사람 가운데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승진이 잘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자기 동기는 벌써 몇 계급 승진해 있는데. 승진하는 데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만이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에 뛰어들어 성실하게 노력해도 다른 사람은 재벌이 되는데, 자기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가 성실하게 노력한다고 다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실하게 노력하면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공부다. 진정으로 공부에 취미가 있어 공부하는 사람도 많지만, 개중에는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그 목적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데 있는 사람도 있다. 공무원이 승진하는 것이나 사업가가 재산을 모으는 것은 자기 뜻대로 안 되지만,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사람이 석사나 박사 학위를 따는 것은 성실하게 꾸준히 노력만 하면 될 수 있다.

    학위논문을 써 본 사람은 다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겠지만, 학문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힘든데 자기 본업에 종사하면서 시간을 내어 학위를 딴다는 것은 정말 피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학위과정에 다니는 동안에 매주 시간을 내어 그 시간에 그 강의실에 가 있어야 한다. 대학원이 자기가 사는 곳에 있지 않은 경우는 몇 시간 동안 차나 비행기 등을 타고 옮겨 가야 한다.

    힘들게 과정은 마쳤다 해도 더 힘든 것이 논문이다. 우선 논문제목을 정해야 한다. 자기가 잘할 수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아직까지 손을 안 댄 분야의 주제를 찾아야 한다. 그런 뒤에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돈도 들지만 시간도 이만저만 드는 것이 아니다. 수집한 자료를 다시 정밀하게 읽고 취사선택해서 분석해야 한다. 그 다음에 주제에 맞추어 집필해야 한다. 다 집필을 해도 예비발표, 본 발표를 거쳐, 석사는 3차의 심사, 박사는 5차의 심사를 거쳐 통과가 되어야 비로소 학위를 받을 수 있다. 내용이야 어떻든 학위를 딴 사람은 일단 대단한 사람이다.

    학위 따기가 이렇게 어려우니까, 정면돌파를 안 하고, 비정상적인 길을 가는 사람이 간혹 있어 연일 보도가 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대신 써 달라고 하는 사람, 남의 논문 몇 편을 모아 적당히 여기저기 베껴서 논문을 받는 사람 등등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이 창조해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갓 태어나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것, 학교에서 배운 것, 친구한테 배운 것, 사회 생활하면서 배운 것, 책에서 배운 것, 신문 방송에서 배운 것 등등 자신도 그 근원지를 모른다.

    그러나 말로 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글로 남길 때는 문제가 된다. 더구나 학위논문 등은 더 큰 문제가 된다. 다만 어디서 어디까지는 ‘누구 누구의 논문이나 책에서 인용했다’라는 사실을 밝히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의 것을 몰래 가져와서 자기가 지은 것인 양 양심을 속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 掠 : 노략질할 략. *人 : 사람 인. * 之 : 갈 지. …의 지. * 美 : 아름다울 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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