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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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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터널 폭설 출근길 르포/ 언덕길 250m 가는데 1시간

차량 시동 끄자 손 얼어
4시간 만에 고통서 탈출

  • 기사입력 : 2012-12-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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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새벽 폭설로 인해 눈길로 변한 창원터널 김해 방면 도로를 한 시민이 우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눈이 아기 주먹만 하다.”

    28일 새벽 6시께 지인의 문자를 받고 호들갑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도로에 쌓인 눈을 직접 확인하고서는 내 판단이 경솔했다고 생각했다. 이날 창원에 내린 눈은 12cm로 12월 역대 최고적설량을 기록했다.

    천천히 달리면 별일 없을 거란 기대로 창원시 신월동에서 김해시 장유면으로 향했다.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4시간에 걸친 출근길 악몽의 시작이었다.

    ◆오전 6시 15분, 창원터널 정체 시작= 창원터널을 지나기 위해 1020번 지방도를 타고 달리던 중 창원시 성산구 불모산동에 위치한 창원터널관리소에서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는지 문의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로 전화를 했지만 사고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창원터널 진입로가 1시간가량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자, 운전자들이 하나둘 차량 밖으로 나와 터널 쪽으로 향했다.

    차량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들이었다. 회사 출근길이라는 김모(41) 씨는 “애가 타서 차 밖으로 나왔는데, 걸어가고 싶은 심정이다”며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갈 수도 없고… 출근해야 하는데…”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오전 8시, 추위에 고통= 앞서 있는 차량들 배기관에서 연기가 드문드문 사라져갔다. 공회전에 지친 사람들이 차량 엔진을 끄는 탓이었다. 덩달아 엔진을 꺼보니, 10분도 되지 않아 입김이 나오기 시작했다. 꽁꽁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차 안에서 기사를 송고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다시 시동을 걸고 출근길 상황을 살피기 위해 SNS를 검색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창원터널 통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였고, 트위터에는 창원터널 이용 시민들의 출근길 걱정으로 가득했다.

    ◆오전 9시 30분, 타이어 타는 냄새= 오전 9시를 넘으면서 정체된 차량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설차량이 한차례 모래와 염화칼슘을 섞어 뿌린 곳으로 서서히 차를 몰았다.

    형광색 비옷을 입은 제설 관계자가 “속도를 내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고 소리쳤다. 과연 그의 말대로 500m도 못가 진입로 언덕에 멈춰선 트럭 때문에 속도를 늦췄다가 발이 묶였다. 엔진이 굉음을 내며 있는 힘을 냈지만, 타이어가 헛바퀴를 도는 탓인지 타는 냄새만 진동했다.

    ◆오전 10시 30분, 탈출= 오전 10시 30분쯤 포클레인 1대가 고군분투하며 눈을 긁어낸 자리를 따라갔다. 수차례 차량이 뒤뚱거리며 중심을 잃는 것을 경험하고서야 언덕을 넘어 창원터널에 진입할 수 있었다. 폭설에다 제설 미비로 창원 터널 입구에서 창원터널까지 언덕길 1km가량을 지나는데 4시간이 걸렸다.

    글·사진=정치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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