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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소류구원(遡流求源)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근원을 찾는다

  • 기사입력 : 2012-07-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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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은 청(淸)나라 건륭(乾隆 : 1736~1796) 황제 때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제일 강성하고 문화가 찬란한 나라였다. 그러나 청나라는 자기들이 세계 최고라고만 생각했지, 국제 정세를 전혀 몰랐고, 서양에서 과학이 발달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50년이 되지 않아 1840년 아편전쟁(阿片戰爭)에서 영국에 대패하여 굴욕적인 불리한 외교협정을 맺었다. 그 이후로 제2차 아편전쟁에서 패했고, 1894년에 이르러서는 역사적으로 섬오랑캐라고 무시해 왔던 일본에게 참패를 당했다. 중국 사람들은 중국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1919년 일본이나 서양에 유학한 적이 있는 대학교수들과 그들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어난 오사운동(五四運動)에서는 서양문화를 선모(羨慕)하고 중국문화를 극도로 무시하게 되었다. 1937년부터는 북경 상해 남경 등이 일본에 모두 함락되고 바닷가 큰 도시의 요지는 서양 열강의 조차지(租借地)가 되어 중국 영토가 아니었다. 중국인 스스로 자신들을 ‘동아병부(東亞病夫 : 동아시아의 병든 사내)’라고 멸시하게 되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문화대혁명이 일어나 ‘사구(四舊)를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전통문화를 대대적으로 파괴하였다. 사구란, ‘네 가지 옛날 것’이란 말인데 옛날 사상, 옛날 문화, 옛날 풍속, 옛날 습관을 말한다. 도서관 박물관 등의 책과 유물을 파괴하였고, 문화재를 파괴하였다.

    1978년 중국도 개혁개방을 시작하여,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의 좋은 점을 수용하여 시장경제가 일어나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은 그 뿌리가 깊다. 잎과 가지가 말라도 뿌리가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살아난다. 2008년 북경 올림픽 개막식의 주제가 ‘중국이 세계 문화의 종가(宗家)’임을 알리는 데 있었다. 경제가 살아나니까 중국문화의 연구 보급에 국가에서 엄청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로 100여 년 동안 중국문화가 상당히 긴 침체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다시 세계 제일의 문화대국으로 올라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통문화 회복의 기운이 1980년 이후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전문헌의 99%가 한문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니 전통문화를 회복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회복이 되고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한 문화인 학문과 사상이 들어 있는 고전문헌을 외면한 채 전통문화를 회복한다고 외치니, 늘 북 치고 나팔 부는 문화에만 머물러 있고 국가에서도 이런 것만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명한 국문학자가 평생 국문학을 연구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대학자 퇴계(退溪), 남명(南冥), 율곡(栗谷), 다산(茶山) 등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한마디도 모르고 학자생활을 하였으니,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바르게 계승되겠는가? 강물의 상류의 흐름을 파악하면 하류에서 홍수나 가뭄에 대비할 수 있듯이, 오늘날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우리 문화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 遡 : 거슬러올라갈 소(●溯) * 流 : 흐를 류. * 求 : 구할 구. * 源 : 근원 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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