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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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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진수성찬(珍羞盛饌)- 진귀하고 성대한 음식

  • 기사입력 : 2012-07-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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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득한 옛날 원시시대에는 사람들이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취해서 먹고살았다. 그래서 먹을 것을 구하기 쉬운 곳으로 계속 이동하며 살았다. 동물은 몇 날이고 잡지 못할 수도 있고, 식물도 채취할 것이 많은 곳을 만날 수도 있지만 며칠을 굶어야 할 때도 있었다.

    그 이후 사람들이 지혜가 점점 발달해 동물을 사육하고, 식물을 재배하는 기술을 개발해 한 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동물 사육기술이나 농업기술은 조금씩 발전해 왔지만, 20세기 초반까지도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보니, 1년에 몇 번씩 홍수나 가뭄 피해에 시달렸다. 어떤 해는 가뭄에 시달리다가 바로 홍수로 이어져 흉년이 드는 해가 있고, 어떤 해는 초가을까지 풍년이 들었다고 좋아했는데, 수확 직전 병충해가 들어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 댐을 건설하고, 하천을 정비하고, 경지 정리를 하고, 수로를 새로 내어 전천후농지(全天候農地)로 만들었다. 그리고 끊임없는 종자 개량과 농업기술 개발로 농업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국제교류가 활발해져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는 것은 부족한 나라로 수출하고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것은 수입을 하게 돼 먹는 것이 풍부한 시대가 됐다.

    요즈음 젊은 부부들이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밖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외식산업(外食産業)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대기업에서 체인점이라 해, 자기들 상표를 빌려주고 지명도를 높여 장사가 잘되게 해 이름값을 받아가 이익을 챙기는 일도 생겨났다.

    먹는 것이, 굶주린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즐기는 일로 바뀌었다. 그러니 식당에도 사람들이 더 맛있는 것을 찾아 먹으러 왔기 때문에 웬만한 식당은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기 힘들고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점점 호화판 고급식당이 많이 생겨나 한 끼 식사가 몇 십만 원 하는 곳도 있다. 중국에도 ‘황제식사’라 해서 한 끼에 5000만 원 하는 메뉴도 있고, 곳곳에 거대한 호화판 식당이 생겨나 성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의 토지는 한정돼 있어 생산량이 특별히 늘어날 수는 없고, 하루에도 굶어 죽는 사람이 수백 명이 넘는데, 자기 돈 있다고 호화롭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자기 개인이나 인류사회의 차원에서 볼 적에 심한 낭비다. 끼니마다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즐기는 것은 물자를 낭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또 음식 ‘수(羞)’자에는 ‘부끄러울 수’자의 뜻도 있다. 음식을 먹을 때 ‘부끄러워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자기가 한 일을 반성해 보고 부끄러워할 일을 했는가 안 했는가, 내가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가 없는가를 반성해 보라는 뜻이다. 1950년대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김용기 목사는 하루 4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 그 한 끼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성철(性徹) 스님은 공부 안 하는 중들을 꾸짖으며, “야! 이 밥도둑놈들아”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먹지 않으면 죽고, 같은 음식이면 맛있는 것을 고르고 싶은 심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음식만 찾아 먹으려 하면서, 사람다운 삶을 살지 않는다면, 음식 앞에 부끄러운 것이다.

    *珍 : 진귀할 진. 보배 진. *羞 : 음식 수. 부끄러워할 수. *盛 : 성할 성. *饌 : 음식 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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