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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 은감불원(殷鑑不遠)- 은나라가 비춰볼 거울이 멀지 않다. 행동의 표본이나 반성으로 삼을 자료가 멀리 있지 않다

  • 기사입력 : 2012-07-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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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상 새로 건국한 나라가 말기에 가면 꼭 자신들이 멸망시킨 나라의 왕과 권력자들이 하던 그대로 하다가 망한다. 지금으로부터 4000여 년 전 중국 은(殷)나라 마지막 임금 폭군 주왕(紂王)이 백성들을 착취해 주지육림(酒池肉林)에 황음무도(荒淫無道)한 짓을 일삼고 있었다. 그때 그 밑에 제후로 있던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은나라의 거울이 멀지 않습니다. 하나라 시대에 있습니다[殷鑑不遠, 在夏后之世]”라고 충고했다. 하나라의 마지막 임금 폭군 걸왕(桀王)이 백성을 착취하고 황음무도한 짓을 일삼다가 은나라에 망했기 때문인데, 주왕이 그대로 따라하고 있기에 이런 충고를 했다. 주왕은 문왕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그런 생활을 하다가 문왕의 아들(武王)에게 멸망당했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나서 그 형과 아우가 구속됐다. 부당한 이권개입이나 금전수수 때문이었다. 이것을 거울 삼아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친인척의 정치 참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그런데 임기 말년에 아들이 구속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 셋이 다 구속됐다. 모두 권력 남용과 금전수수 때문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제들이 당한 것을 보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고 나서, “청탁을 하는 사람은 패가망신시키겠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임기 중에 형 노건평 씨가 청탁문제로 형사처벌받게 됐고, 지금도 부당한 돈을 챙겼다는 이유로 사건이 안 끝난 상태에 있다.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노건평씨와 꼭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제들이 “우리 아버지나 형님, 아우가 대통령이 됐으니 마음놓고 부정을 저질러야지”라고 마음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임기 말이 되면 거의 대부분이 부정에 연루돼 있다. 왜 그럴까?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제들은, 가장 이용가치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님이 한마디 잘 해주느냐 안 해주느냐에 따라서 기업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운명이 갈라지고, 고위관직에 임용되려는 사람은 한마디 해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접근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잘한 일도 적지 않지만, 취임 초기부터 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대통령 자신도 “내가 서울시장 할 때는 잘한다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라고 했는데,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만 위하면 되지만, 대통령은 각종 사업에, 각계각층, 각 지역 사람들을 두루 만족시켜야 하니,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은 할 말이 없어졌다. 친형이 그것도 부당한 대선자금을 거두다 구속될 운명에 처했으니, 정말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이상득 전 의원과 그 아우 이명박 대통령이 당하는 고통을 보고, 다음 대통령의 친인척 될 사람은 자신들이 5년 뒤에 처신할 거울로 삼아 더 이상 대통령의 아들이나 형제의 부정이 없어진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일 것이다.

    * 殷 : 나라이름 은. * 鑑 : 거울 감.

    * 不 : 아니 불. * 遠 : 멀 원.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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