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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창원 진전면 곡안마을

돌담과 발맞춰 걷다가, 들꽃과 눈맞춰 쉬지요

  • 기사입력 : 2012-05-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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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곡안마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담이 정겹고 평화롭다./김승권기자/
    곡안숲



    곧 신록을 더하는 6월이다.

    상춘 계절이다 보니 소문난 명소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인파가 덜 붐비는 가까운 근교에 오감을 만족할 만한 호젓한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과 비용도 아끼면서,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한나절만이라도 만사 잊고 사색할 수 있는 그런!

    가만히 눈을 씻고,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면 서울보다 넓은 창원에는 그런 공간이 많다.

    역사의 아픔이 아직 채 가시지 않는 곳이긴 하지만, 해발 500m 안팎의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으로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곡안마을이 바로 그런 곳 중의 하나다.

    곡안은 골짜기 곡(谷)을 쓰는데, 일명 실안이라 해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라고 ‘지명의 유래’ 책자에서 전한다.

    곡안은 북쪽 함안 여항산에서 힘차게 뻗어내린 땅기운이 평온하게 머무는 곳이다. 뒤편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는 형상인 인왕산(仁往山)이 수호신 격으로 버티고 있고 남쪽으로 가다 보면 수질 좋기로 소문난 진전천을 사이에 두고 동대마을과 서대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해발 644m 인왕산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로 유명하다. 그래서 곡안에는 아직도 전쟁에 의한 슬픔이 우울하게 침잠해 있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석 달이 채 못된 1950년 8월 11일, 이 마을 성주 이씨 재실에 인민군을 피해 모여 있던 주민 중 83명이 미군의 기관총과 전투기 기총소사에 의해 무참히 변을 당했다. 곡안마을을 찾게 된다면 이런 역사적 아픔에 잠시 경건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곡안마을의 제1경은 수백 년은 족히 됨직한 활엽수 수백 그루가 풍성한 그늘을 만드는 곡안숲이다. 이 숲은 당산숲이라고도 하는데 마을 맞은편 해발 497m 적석산에서 동네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가치 불문, 마을 초입에서 숲을 연결하는 선유교(仙遊橋)는 제2경쯤 될까. 이름하여 ‘신선이 노니는 다리’라 하겠는데 1980년에 놓였다고 한다. 길이 5m 안팎쯤 되는 다리 아래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이 싱그러워 바라보기만 해도 더위가 가신다.

    이 마을에는 유독 재(齋)와 정(亭), 비(碑)가 많은데 이를 제3경으로 부르고 싶다. 광산김씨 문중의 원산정(源山亭)과 진양정씨 문중의 회정재(會精齋), 성주이씨 문중의 경의정(景義亭) 신안정(新晏亭) 선암재(仙岩齋) 등이 있다. 또 향교의 분교 격인 봉양재(鳳陽齋), 재경 출향인 김경수씨가 거액을 쾌척해 지은 경향정(敬鄕亭)이 있다.

    제4경은 인왕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수정같이 맑은 물이 곡안저수지에 모였다가 곡안숲 사이 개천을 따라 흘러 진전천과 합류하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곡안저수지 아래 다닥다닥 붙은 다랑이 논은 방문객의 복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노스탤지어다.

    제5경은 주택과 주택을 이어 주고 구획 짓는 고색창연한 돌담길이다. 인적이 드문 마을길을 걷노라면, 제주도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성주이씨 집성촌이기도 한 이 마을은 한때 가구 수가 100여 호, 주민 수도 500~600명에 달했다. 성주이씨 가문 해사공의 아들 통덕랑 모와공이 약 400년 전에 귀향한 이후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광산김씨, 밀양박씨, 창원황씨, 진양정씨, 김해김씨 등도 다수 살았다.

    곡안숲과 맞닿아 국도 2호선 변에 있는 진전초등학교도 유서가 꽤 깊다. 1927년 4월 22일 공립 진전보통학교로 문을 열었으니, 85년 역사가 더 된다. 현재 전교생은 유치원생 7명을 포함해 104명이다. 농촌 초등학교치고는 꽤 학생 수가 많은 편이다.

    곡안숲에서 인왕산 아래 곡안저수지까지 느린 템포로 걸으면서 흘러내리는 개천의 맑은 물과 마을 돌담길, 다랑이 논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족하다.

    이쯤 되면 시장기가 돌 터. 이곳에서 진주 쪽으로 국도 2호선을 타고 5~10분을 더 가면 대정마을이 나오는데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좋다. 배를 채웠다면, 맞은편 일암리 적석산에 올라 구름다리를 타고 녹색 진전들판을 한눈에 담는 즐거움도 일품이다. 반대편을 응시하면 고성 쪽으로 첩첩 산줄기가 비경을 연출한다.

    하산한 후에는 물 좋기로 소문난 양촌온천에서 피로와 땀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으니 더없는 즐거움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호수같이 잔잔해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인근 시락 해안길을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찾아가는 길= 창원 쪽에서 간다면 마창대교를 타거나 신마산 댓거리 밤밭고개를 넘어 국도 14호선을 내달리다 국군마산병원을 지나 고성과 진주로 길이 갈리는 임곡분기점에서 진주쪽 2번 국도로 옮겨 타면 된다. 임곡에서 옛 국도를 타고 5~10분 더 진행하면 진전초등학교가 나온다. 곧장 우회전하면 바로 곡안숲이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평화로운 곡안마을이 반겨준다. 진주 쪽이 출발지라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말고 문산~진성~반성으로 이어지는 국도 2호선을 타고 오다 양촌분기점에서 빠져 나와 진전초등학교 방향으로 오면 된다.

    이상목기자 sm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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