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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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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 백년수인(백화점年樹人)- 백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키운다

  • 기사입력 : 2012-05-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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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제자백가서 가운데 하나인 관자(管子) 권수편(權修篇)에 이런 말이 있다. “1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고, 10년의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고, 100년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一年之計莫如樹穀, 十年之計莫如樹木, 百年之計莫如樹人]”이라는 말이다.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서 해마다 곡식을 심는 농사일에 힘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조금 긴 시간을 두고 계획할 때는 나무를 심어 두어야 크면 베어서 농기구도 만들고 집을 짓고 살 수 있다. 100년 이상 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생각할 때는 집안이나 나아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자신이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고, 교육을 잘하도록 장학금을 내거나 노력 등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교육행정으로 교육이 잘 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인재를 키우는 분이 있으니, 바로 관정(冠廷) 이종환(李鍾煥) 관정재단 명예이사장이다. 이 분은 1924년 의령군(宜寧郡) 용덕면(龍德面) 정동리에서 태어나 마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명치대학(明治大學) 경상학부(經商學部)에 다니다가 일본군 학병으로 끌려가 만주 등지의 전쟁터에서 고생하다 해방이 되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잠시 정미소를 하다가 그 뒤 마산으로 옮겨와 조그만 사업을 했다. 그 때 자기 동기생인 마산고등학교 교사의 말을 듣고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신 내주었는데 그것이 그의 장학사업의 첫걸음이었다. 그때 그는 직원들 월급도 줄 형편이 못 되어 은행을 들락거렸다고 한다. 1959년 삼영화학을 건설했는데, 그 당시 수요가 폭발적이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 이후로 사업이 번창해 건설회사 등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총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성격이 괴팍하고 독재적이라 주변에서 같이 지냈던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는 자수성가형 구두쇠 재벌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일반 재벌과 다른 뛰어난 생각을 지닌 인물이다.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서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는 그동안 소소하게 해오던 장학사업이 적지 않게 있었지만, 2000년 그가 40년 동안 사업을 해서 모은 재산의 90%에 해당하는 6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하여 관정재단을 만들어 인재를 키우기로 했다. 6000억원이란 규모의 장학기금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동양에서는 최대 규모였다. 지금은 8000억원으로 증가했고, 그는 1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까지 중·고등학생, 대학생, 대학원생 3900명이 187억원의 장학혜택을 받았고, 740명의 국외유학생이 618억원의 혜택을 봤다. 연간 12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만 171명으로 미국 영국 등 유명대학의 교수로 진출해 있다.

    그리고 그의 고향 의령고등학교에 6억원, 그의 출신학교인 마산고등학교에 10억원, 경남대학교 통일관 건립 등 고향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고 있다. 이번에 서울대학교 도서관 신축 공사비 600억원을 혼자서 다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는 법대나 의대 등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고, 기초과학 등 앞으로 국가 발전에 원동력이 될 학문에 집중지원하고 있다. 그는 돈 버는 데 있어서는 욕 들어먹는 다른 재벌과 마찬가지였지만, 돈을 쓰는 방식은 다른 재벌과 달랐다. 관정 이종환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 百 : 일백 백. * 年 : 해 년. * 樹 : 나무 수. 심을 수. *人 : 사람 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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