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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철두철미(徹頭徹尾)-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꿰뚫다. 어떤 일을 철저히 하다

  • 기사입력 : 2012-04-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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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즈음은 평균수명이 늘어나 대부분이 장수하기 때문에, 보통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도 20년 내지 30년을 더 산다. 그러니 시간적 여유가 많이 있다.

    이 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 각종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는데, 이는 참 좋은 현상이다. 특히 어학 쪽으로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무슨 공부든 진지하게 하면, 정신건강에도 좋고 생활도 즐겁고 의미가 있을 수가 있고, 더 나가서는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저서도 남길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50대 이상 사람들은 몸은 도시에 살아도 대부분이 시골 사람이기 때문에 나이 들수록 시골에 대한 향수가 있어 퇴직 이후 한문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창원대학교의 사림서당(士林書堂) 같은 경우는 한문을 배우려고 신청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자리가 비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대충 하려는 마음가짐’이다. 목숨을 걸고 철저히 해야 한다. 수십 미터 되는 높은 나무를 올라가건 몇 미터 되는 나무를 올라가건, 팔과 다리에 들어가는 힘은 자기의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한다. 공부를 할 때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첫째 자신의 모든 역량을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둘째 단기적인 효과를 바라서는 안 된다. 셋째 하다가 말다가 해서는 안 된다. 넷째 핑계를 대면 안 되고 자발적으로 해야 된다.

    공부를 해보겠다고 찾아와서, 흔히 “좀 배우려고 합니다” “얼마간 공부하려고 합니다” “심심해서 소일거리로 하려고 합니다” “다른 게 뚜렷이 할 게 없고 해서 공부나 해 볼까 합니다” 등등의 말을 하는 사람은 절대 공부해서 성공할 수 없다. ‘좀’ ‘얼마간’ ‘소일거리’ ‘공부나’ 등의 말은 아주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말이다. 이런 정신자세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황하의 중상류에 용문(龍門) 폭포가 있는데, 물고기가 그곳을 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오르기 지극히 어렵지만, 용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물고기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물고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용문에 오르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 한다. 과거에 합격하는 것을 등용문이라고 일컬었다. 과거에 합격하는 것과 합격하지 못한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가 있다. 합격하면 그때부터 앞길이 펼쳐진다.

    어학공부에도 용문(龍門)이 있다. 등용문의 경지를 넘어서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어학 공부의 등용문은, 최소한 사전을 찾아서 혼자 문장 해석이 되어 책을 읽을 정도가 되는 것이다.

    다른 취미생활이나 운동이야 자기 몸에 맞게 적당하게 하면 되지만, 한문 등 어학공부는 다르다. 최소한 최고 전문가의 90% 정도 이상이 되어야 쓰일 곳이 있다. 50%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이 책을 번역하면, 엉터리 책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50% 정도 되는 사람이 자원봉사자로 통역을 맡았다 하면, 어떤 일을 망치게 된다.

    문제는 머리가 좋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집중과 노력을 안 하는 데 있다.

    *徹 : 꿰뚫을 철. *頭 : 머리 두.

    *尾 : 꼬리 미.


    허권수(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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