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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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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가무상락(歌舞相樂)- 노래와 춤으로 서로 즐기다

  • 기사입력 : 2012-04-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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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 중국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역사서 속에 우리나라에 관한 사실을 기록하면서, 반드시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겼다’라는 기록을 빠뜨리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면 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할 것인데 그것을 뭐 특별한 일이라고 역사책에 적어 남겼나라고 의아해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술 마시기를 좋아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춤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와 인접해서 수천년 이상 살아온 중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 특이하기 때문에 기록해 둔 것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를 제일 잘하고 좋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가요방 기계를 제일 잘 만들고, 제일 많이 팔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몇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노래를 하고,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 노래를 하고, 잔치나 모임 뒤에도 반드시 노래를 한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노래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서도 노래 부르기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박창오라는 분이다.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느냐 하면, 친구 세 사람과 같이 둘러앉아서 돌아가며 한 곡씩 부르는데, 자기가 부르고 나면 세 사람이 노래하는 동안 그 시간을 못 참아서 밖에 나가서 노래 두 곡 부르고 들어와 노래를 할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다.

    이 박창오라는 분이, 바로 유명한 작사가 반야월(半夜月)씨고, 가수로는 진방남(秦芳男)씨이다. 또 작사가로서 추미림이라는 예명도 썼다. 지금까지 작사한 작품이 6000곡, 취입한 노래가 400곡 정도 된다고 한다.

    1917년 마산에서 태어나 17세 때 진해농산학교를 중퇴하고 서울 청계천에 있는 양복점의 보조로 들어가 일하다가 1939년 전국 콩쿠르대회에서 1등을 해서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해방 이후로는 주로 작사가로 활동했다.

    그가 작곡한 노래도 몇 곡 있다. 그는 음악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직 타고난 재주와 음악에 대한 대단한 열정으로 가수, 작사가, 작곡가의 영역을 두루 소화해 낸 것이다.

    ‘불효자는 웁니다’, ‘꽃마차’ 등은 가수로서 불러서 히트한 노래로 당시 조선에서 노래를 제일 잘한다는 칭송을 듣기도 했다. ‘울고넘는 박달재’ ‘유정천리’ ‘찔레꽃’ ‘외나무 다리’ ‘소양강 처녀’ 등 인기 있는 옛날 가요는 대부분 그가 작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10년 이래 나라가 일본에게 망한 이후로 정말 암울했다. 이럴 때 서민의 심정을 대변해 애환을 달래 준 것이 대중가요다. 노래를 부르면 사람의 우울한 기운을 해소시켜주고, 긴장을 풀어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흔히 말하는 대중가요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무시하는 노래도 대중가요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래를 분류해, 서양의 노래는 ‘명곡(名曲)’이라 하고, 서양음악을 공부한 사람들이 작곡한 노래는 ‘가곡(歌曲)’이라고 하여 아주 고상하게 대접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도 안 부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가요는 우리 전통적인 요소보다도 족보 없는 각 나라 음악이 뒤섞인 음악이지만, 이미 우리 것으로 됐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반야월씨가 지난 3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이을 만한 걸출한 작사가가 나와야 할 텐데.

    * 歌 : 노래 가. * 舞 : 춤출 무.

    * 相 : 서로 상. * 樂 : 즐길 락.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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