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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표리부동(表裏不同)- 밖과 안이 같지 않다

  • 기사입력 : 2012-03-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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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에 아내와 첩을 데리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별 하는 일도 없는 사람이 매일 밖에 나가서 해거름이 되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실컷 먹고 들어와서는, 돈 많은 사람 벼슬 높은 사람들에게 얻어 먹고 왔다고 자랑을 했다.

    어느 날 그 아내가 첩에게 “남편이 매일 밖에 나가서 술과 고기를 얻어먹고 들어오는데, 돈 많은 사람 벼슬 높은 사람들은 우리 집에 오는 일이 없으니 이상하지 않느냐? 내가 몰래 한번 알아봐야겠네”라고 하고는 남편의 뒤를 밟았다.

    밖에 나가 보니 자기 남편을 아는 체하여 상대해 주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남편은 동쪽 성문 밖 공동묘지로 가서 제사 지내는 사람들에게서 남은 음식을 얻어먹고, 배가 덜 차면, 주변을 살펴 다른 데 제사 지내는 곳에 가서 얻어먹어 배를 채웠다.

    이것이 자기 남편이 배를 채우는 방법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첩에게 그런 실상을 고하고는 “남편은 우리가 평생 우러러보며 살 사람인데, 지금 이 모양이다”라고 남편을 원망하면서 마당에 퍼져 앉아서 울었다.

    자기 아내가 뒤를 밟은 사실을 모르는 남편은 그날도 배가 부르고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첩에게 “오늘은 어떤 고위층 인사에게 식사 대접을 받았는데…” 라고 거드름을 피웠다. 남편의 실상을 안 아내와 첩이 볼 때는, 불쌍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다 맹자가 의미를 부여하기를, “부귀나 영달을 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아내나 첩이 그 추구하는 과정을 안다면 부끄러워서 울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라고 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교수, 사장 등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되기가 어려운 자리에 있는 사람 치고, 능력, 덕망, 학문 등이 있어 초빙되거나 추대되는 사람은 드물고, 거의 대부분이 비밀리에 줄을 대거나 청탁을 하거나 여론조작 등을 해서 그런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위에 나오는 제나라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요즈음 정치판에서는,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따라가고,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 하자는 대로 한다”라는 말이 나돈다. 통합진보당의 발언권이 워낙 세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정강정책이 통합진보당의 것을 많이 베꼈다.

    또 통합진보당은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약점 잡힐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 심판’ 등 강성 발언을 계속 한다. 통합진보당의 발언을 지나치다고 생각해 싫어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통합진보당은 ‘부정’이나 ‘부패’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 통합진보당의 대표 이정희씨가 국회의원 통합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좌관이 여론 조작을 한 사실이 탄로났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고 바른 말만 하지만, 내부를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썩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유독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고, 관계, 경제계, 학계, 종교계 모두가 다 그렇다.

    제도를 아무리 좋게 고쳐도 소용이 없다.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문제다. 부정, 부패의 단절은 근본적으로 개개인의 마음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한다.

    * 表 : 겉 표. * 裏(=裡) : 속 리.

    * 不 : 아니 불(부). * 同 : 한가지 동.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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