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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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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감공형평(鑑空衡平)- 거울처럼 투명하게 저울대처럼 공평하게

  • 기사입력 : 2012-03-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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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은 원천적으로 선거에 의해서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주권자인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권리를 가진 민주주의라 해 민주주의를 최고의 정치제도인 양 찬양해 왔지만, 민주주의라는 것도 폐단이 적지 않은데, 오늘날 그 폐단이 극도에 이르렀다.

    국민의 생각이 결집된 여론(輿論)이란 것이 도를 넘지 않고 균형을 잘 유지하면 정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여론은 늘 몇몇 선동가에 의해서 주도되고, 또 군중심리에 의해서 강하게 비판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여론은 호랑이 등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상해(傷害)를 당할 수가 있다. 그래서 부당하게 생각되고 억울한 점이 많아도 정치가는 여론을 무시하지 못하고 그 눈치 보기에 급급해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점에 있어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마찬가지다.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망하게 된 나라가 전 세계에 한둘이 아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각 정당에서는 여론을 대대적으로 수용해 대책을 짜고 있는데, 국회위원 개개인에게는 부당하고 억울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각 당에서 구성한 공천심사위원회에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해서 공천 심사를 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을 보면 대부분 정치와 관계없는 사람들이다. 여론의 눈치를 너무 보다 보니 이런 현상까지 왔는데, 이것이 말이 되는가?

    그리고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3선 이상 물갈이, 평균연령을 대폭 낮춘다, 지역을 안배한다 하는 등등의 기준도 말이 안 된다. 바꾸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경험과 경륜이 더 중요하다. 바꾸기만 한다고 구태(舊態)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적격자로서 국회의원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기준을 세워 공천을 해야 한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 입법활동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각종 비리나 범죄에 저촉된 적은 없는지, 당선 가능성이 있는지 등등을 봐야 한다.

    오늘날은 모두가 학력이 높고 경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공천 신청자들의 수준이 비슷비슷해 공천심사하기가 더욱 어렵다. 정말 거울같이 맑은 마음과 저울대 같은 공평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공천 심사가 끝나고 나면 대통령하고 줄이 닿는 사람이라서, 누구 편 사람이라서 공천을 받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다면 공천심사위원회는 허수아비에 불과한 것이다.

    오늘날 국회의원을 아무리 매도하고 조롱해도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중요한 자리다. 국회의원이라면 입법활동 등 전문분야에 뛰어나야 할 것은 물론이지만,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욕설 잘하고, 막가는 행동 잘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에 뽑혀서는 국가적으로도 망신이고, 후세 교육을 위해서도 안 된다.

    공천을 잘해서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 과거보다 더 나은 국회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훌륭한 국회의원마저 나이가 많다고, 여러 번 했다고 도매금으로 공천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가장 공정하게 공천 심사를 해 잡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

    * 鑑 : 거울 감. * 空 : 빌 공. * 衡 : 저울대 형. * 平 : 평평할 평.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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