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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국유영혼(國有靈魂)- 나라에도 영혼이 있다

  • 기사입력 : 2012-02-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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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5년 이후 동남아를 시작으로 우리 나라의 연속극이 수출되어 널리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중국 등지로 점차 확산되어 나갔다. 필자는 1994년 2월부터 1995년 8월까지 북경(北京)에 머물렀는데, 그때는 중국 텔레비전에서 우리나라 연속극을 전혀 방영하지 않았다. 1996년 10월 하순 대만에 가서 밤에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돌려봤더니, 여러 군데서 우리나라 연속극 3~4편이 동시에 방영되고 있었다.

    2000년쯤 되어서는 중국 대륙에서도 여러 채널에서 우리나라 연속극이 동시에 방영될 정도였다. 중국 대학교수들을 만나면 그들이 먼저 우리나라 연속극을 화제로 삼고, 탤런트 이름과 그들의 이력을 잘 알고 있고, 우리말도 몇 마디씩 할 줄 알았다. 그리고 거리에는 우리나라 배우나 탤런트들을 모델로 한 광고가 나붙어 있었다. 그런데 2007년 9월부터 중국에 1년 머물렀는데, 텔레비전에서 우리 연속극이 아주 뜸해진 것 같았다. 궁금해서 조선족 교수에게 물어봤더니, 중국 정부 고위지도자가 “한국 연속극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으니, 방송에 너무 많이 내보내지 말라”라고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부터 다시 중국에 머무르면서 가끔 텔레비전을 봐도 우리나라 연속극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지시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연속극의 줄거리가 거의 대부분 이상한 불륜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아, 중국 시청자들이 이미 식상(食傷)해졌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드라마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다시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으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옛날 가수들처럼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뒤에 해외로 진출하려고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가수로서 활동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도 많다. 슈퍼주니어라는 남성그룹의 노래는 대만에서 63주 동안 연 1위에 올라 있다. 북경의 모든 버스 정류소마다 가수 비의 광고가 붙어 있다. 정말 대단하다. 노래가 잘 알려짐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 상품도 널리 팔린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음악, 의복, 화장품 등도 인기가 있고, 관광객 유치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대중가요는 더욱 잘 연구하고 노력해 그 영향이 전 세계로 확장되도록 해야겠다. 드라마처럼 잘나가던 길을 스스로 망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류(韓流)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나 대중음악은 서양문화의 모방이 대부분이지, 그 속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담겨 있지 못하다. 소녀시대의 노래를 두고 우리 문화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진정하게 한국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우리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많이 있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우리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 수는 중국이나 일본 학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사람이라면 독자적인 개성이 있어야 사람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듯이, 국가도 국가로서의 정신이 있어야 한다. 진정한 한류라면 우리의 정신이 담긴 연속극, 영화, 노래 등이어야 한다. 서양의 모방품으로는 한류라 하기 어렵다.

    *國 : 나라 국. *有 : 있을 유. *靈 : 신령 령. *魂 : 넋 혼.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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