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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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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격화소양(隔靴搔)- 신 신고 가려운 발 긁기, 어떤 조치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

  • 기사입력 : 2012-02-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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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3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수요일은 오후 6시가 되면 총리실 불을 다 꺼라. 우리 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유독 근로시간이 많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 모든 직원들은 일찍 퇴근해서 집에 가서 자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수요일 정시퇴근이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총리실부터 솔선수범해서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라고 지시했다.

    학교폭력의 상황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 나섰다.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교사, 장학사와 경찰이 합동으로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진짜 폭력조직에 가담한 학생은, 교사들의 눈에 들키지 않는다. 또 자기가 폭력조직과 관계가 있다고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에게 털어놓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이런 대부분의 대책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불과하다. 곧 사람이 죽은 뒤에 치료할 수 있는 처방전을 내놓아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몇몇 교사나 장학사, 경찰의 힘으로 학생들이 비밀리에 저지르는 폭력을 발견해서 근절시키기 어렵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먼저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어떻게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인격 위주의 교육을 하면 된다. 곧 덕육(德育)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본래 지식 교육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인격교육이었다. 곧 사람 되는 교육이었다. 주자(朱子)의 말에 “‘배운다’는 것은 ‘사람 되는 것을 배우는 것[學, 學做人也]’이다”라고 했다. 지식을 축적하는 근본 목적도 사람 되는 데 있다.

    2500년 전 위대한 학자이자 교육자인 공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젊은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어른들을 존경하라. 조심하며 신의가 있게 행동하고, 널리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사람과 친하게 지내라. 이렇게 행동하고 나서 남은 힘이 있거든 글을 배울지니라.”

    오늘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볼 적에는 공자의 이 말은 아마도 대학 가기를 포기한 사람이나 할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덕육(德育)을 중시한 것은 동서의 철학자들이 같았다.

    그런데 현재 거의 모든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등 입시에 직접 필요한 과목 위주로 가르치고, 덕육은 하지 않는다. 착하게 행동하는 학생은 바보로 취급받고, 이기주의적이고 약삭빠르게 행동해도 성적만 좋으면 모범생으로 대우받는다.

    그리고 교장 교감들 가운데는 자진해서 음악, 미술, 윤리, 도덕 과목 같은 것은 없애버리는 사람도 있다. 시간을 아낀다고 아침 조례도 안 한다. 심지어 숙제도 컴퓨터로 제출한다. 학생이 교사를 접촉할 시간이 줄어든다. 사람을 기계 부속처럼 취급하는데, 학생들의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겠는가? 인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윤리도덕 과목을 보강하고, 심성을 순화할 음악 미술 과목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을 보고 계속 피상적인 대책만 세우면, 신을 신은 채 가려운 발바닥을 긁는 것과 같다. 아무리 긁어도 소용이 없다. 우리나라 속담에 ‘신 신고 발 긁기’라는 것이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무총리의 ‘사무실 불 정시에 끄고 집에 가는 것’이 학교폭력 근절에 도움이 될까? 폭력학생들이 웃지 않을까 모르겠다.

    *隔 : 떨어질 격. *靴 : 신 화.

    *搔 : 긁을 소. * : 가려울 양.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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