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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욱일승천(旭日昇天)- 아침 해가 하늘에 오른다

  • 기사입력 : 2012-01-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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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동쪽 하늘에 해가 떠오르는 것을 ‘욱일승천(旭日昇天)’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욱일동승(旭日東昇 : 아침 해가 동쪽에서 솟아오른다)’, ‘욱일초승(旭日初昇 : 아침 해가 막 솟아오른다)’이라는 말을 쓰고, ‘욱일승천’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이른 해 뜨는 광경만 봐도 마음이 풍요롭고 희망적으로 된다. 그런데 일년의 첫머리인 1월 1일 아침 해임에랴!

    세기가 바뀐 2000년이 된 것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2년이 지나 2012년의 새 아침이 열렸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 많이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歲月如流, 光陰如流]’, ‘세월이 쏜살같다[歲月似箭]’, ‘세월이 베틀의 북과 같다[日月如梭]’, ‘세월은 창틈으로 지나가는 망아지를 보는 것 같다[隙駒光陰]’ 등등의 말이 있는데, 모두가 세월은 쉬지 않고 빨리 지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월(歲月)이란 말은, ‘비교적 긴 시간’을 뜻하는데, 비슷한 말로 ‘광음(光陰)’ ‘연월(年月)’ ‘연수(年數)’ ‘시광(時光)’ ‘연재(年載)’ 등의 말이 있지만, ‘세월’만큼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없다.

    물리적으로 보면, 똑같은 세월이지만, 각자의 나이, 환경, 마음가짐에 따라서 사람마다 각각 세월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 하손(何遜)이라는 시인의 시에, ‘젊은 시절에는 세월을 가볍게 여겼는데, 늘그막에는 세월을 아낀다네.[少壯輕年月, 遲暮惜光輝]’란 구절이 있다. 무슨 물건이든지 많이 있을 때는 귀한 줄 모르다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면 귀한 줄 알고 아쉬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세월도 그렇다.

    양력이지만 임진년(壬辰年)의 새 해가 동쪽 하늘에 솟아 한 해가 새로 열렸다. 해 돋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서 지리산 천왕봉, 동해안 정동진 등등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아침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려고 먼 길을 달려가 산 위에서나 바닷가에서 추위를 견디며 자는 등 정성을 들인다.

    과학적으로 본다면, 이런 아침에 뜨는 해를 꼭 보아야 한 해 운수(運數)가 좋을 것은 없다. 그러나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는 것은, 분명히 정신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다. 정월 초하루 이른 아침에 막 떠오르는 해를 본 사람의 정신상태하고, 이불 속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로 한 해를 맞이하는 사람하고는 다르다. 아침 해를 보는 순간 그 마음이 희망적이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되는 것이다. 마음이 상쾌해지고 충만해진다. 정월 초하룻날 늦게 일어난 사람은, 머릿속이 뒤숭숭하고 답답하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기(氣)’라는 것이 우리 몸에 있다. 생기(生氣), 기분(氣分), 기질(氣質), 기상(氣像), 정기(精氣) 등등 ‘기(氣)’자가 들어가는 말이 우리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고 있다. ‘기(氣)’가 우리 정신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손자병법(孫子兵法) 군쟁편(軍爭篇)에 ‘조기(朝氣)’란 말과 ‘모기(暮氣)’란 말이 있다. ‘조기’는 ‘아침 기운’으로 아침 햇살을 받을 때 가지는 사람의 기운이다. 진취적이고 왕성하고 의욕적이다. ‘모기’는 ‘저녁 기운’으로, 피로하고 귀찮고 그만두고 싶고 소극적이 된다. 그래서 정신이 충만한 상태를 ‘조기’로 표현하고, 의욕을 잃고 가라앉은 상태를 ‘모기’로 표현한다. 손자(孫子)는 남의 나라 군대를 공격할 적에 아침에는 공격하지 말라고 했다. 그 군대의 사기가 충천하기 때문에 피하라는 말이다.

    독자 여러분은 1월 1일에 받은 ‘조기(朝氣)’를 금년 일년 365일 동안 계속 유지해, 올 한 해가 여러분들의 일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의미 있는 해가 되기를 빈다.

    * 旭 : 아침 해 욱. * 日 : 날 일.

    * 昇 : 오를 승. * 天 : 하늘 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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