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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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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유재무명(有才無命)- 재주는 있으나 좋은 운명은 없다

  • 기사입력 : 2011-10-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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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6일 아침 조간신문 1면을 장식한 대형기사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었다. 인터넷 공간에도 온통 잡스의 사망에 관한 글이 도배를 해 있었다. 방송도 대부분 잡스의 사망에 관한 내용이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이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라고 말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한 사람이 전체 인류에게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고 갔다.

    1976년 22세 때 애플사라는 컴퓨터회사를 차려, 세계 최초로 개인용컴퓨터를 발명해 컴퓨터 발전의 역사에 큰 혁명을 가져 왔다. 오늘날은 너무나 보편화됐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이 자기 책상 위에 컴퓨터를 가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1977년 여름에 우리나라 전국 각 지역의 국립대학에 교육부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한 대씩 지급했는데, 그 컴퓨터의 크기가 작은 교실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기능은 오늘날 노트북컴퓨터의 100분의 1 정도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컴퓨터를 조금 만질 줄 아는 사람은 미국에 유학한 교수 몇 명뿐이었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개인이 책상 위에 얹어 놓을 수 있는 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 뒤 잡스는 계속해서 마우스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차례로 내놓아 인류의 소통방식에 혁신을 가져 왔다. 그는 대학 1학년을 중퇴한 학력이지만, 창의력, 상상력, 통찰력, 기술력, 감성력, 논리력 등을 두루 다 갖춘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그 어느 누구도 발명하지 못할 새로운 상품을 계속 내놓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전을 했다.

    그는 평소에 자신의 건강에 대단히 신경을 썼다. 철저한 채식주의자로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채소와 견과류와 물만 먹는 생활을 해 왔다. 언젠가 계약차 펩시콜라회사를 방문했을 때 펩시회사에서 권하는 펩시콜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을 정도로 건강에 철저히 신경을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2003년 그는 췌장암에 걸렸다. 이듬해 수술을 했다. 2009년에는 장기휴가를 얻어 간이식수술도 했다. 2011년 1월에는 1개월간의 병가를 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24일 애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었는데, 그로부터 42일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새로운 기술 개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도 암이라는 병마 앞에서는 어쩌지 못하고 항복을 하고 말았다. 운명이라는 것은 상당히 공평한 것 같다.

    그렇게 건강에 신경을 쓰는 잡스가 나이 60도 안 되어 췌장암에 걸려 결국 살아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는 그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가 한 ‘명언(名言)’이라고 소개되는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죽음은 인생이 만든 유일한 최고의 발명품이다”, “매일 거울을 보며 자기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라는 두 가지 말이다. 뜻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모르지만, 필자가 볼 적에는 이 말은 매우 불길(不吉)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굳이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 또 죽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인데, 그것을 “인생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그는 필요 이상으로 죽음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잡스 같은 이런 천재들을 꼭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잡스가 가진 재주 대신 그가 갖지 못한 건강을 갖고 있으니까. 결국 공평한 것이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有 : 있을 유. *才 : 재주 재. *無 : 없을 무. *命 : 목숨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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