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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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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덕륭망중(德隆望중공업)- 학덕이 높고 명망이 무겁다

  • 기사입력 : 2011-09-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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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대학 교수로 근무하면서, 상당히 자주 선거를 하게 된다. 4년마다 총장 선거, 2년마다 학장 선거, 전체교수협의회회장, 단과대학교수협의회회장 선거가 있다. 이 밖에도 소속된 연구원의 원장, 연구소의 소장 선거 등을 포함해서 수시로 선거가 있다. 여타 선거는 몰라도 총장 선거는 바깥의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 못지않게 치열하다.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 12년씩 준비한 후보도 있다. 학연, 지연, 혈연, 종교관계 등등 모든 관계를 다 동원한다.

    직선제로 총장이나 학장을 뽑으면, 제일 괴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바로 교수다. 대학에서는 후보들이 대부분 서로 잘 아는 교수들이고,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관계인데, 후보마다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찾아와 부탁하니, 한 표뿐인 표를 누구에게 주어야 하나 고민을 상당히 하게 된다.

    국립대학에서는 지금까지 직선제로 총·학장을 선출해 왔다. 그러다가 교육부에서 작년부터 제도를 바꾸어 학장은 직선제로 뽑지 못하게 만들었다.

    선거로 총장, 학장을 뽑다 보니, 치열한 선거전 뒤에는 대학이 둘이나 셋으로 분열되어 버리고, 떨어진 쪽에서는 당선되어 취임한 총장, 학장편에 협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당선된 총장은, 준비기간과 선거기간에 자기를 도왔던 교수들에게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차원에서 보직으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알고 교육부에서는 더욱더 제재를 가해, 총장도 직선제로 뽑지 말도록 몰아가고 있고, 국립대학 교수들은 반발하고 있다.

    총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이미 교수들의 선거로 총장후보를 선출한 몇몇 국립대학에 총장을 임명하지 않아 학교행정을 마비시켜 놓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국립대학 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립 종합대학 안의 단과대학장을 총장이 임명할 때는 이상적이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가 더 심각했다.

    지방국립대학의 총장 자리는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하는 자리였다. 주로 서울대학교 등 세칭 일류대학 교수 출신으로서 교육부장관, 문공부장관, 한국개발원원장, 국회의원, 청와대 교육비서관 등으로 진출했다가, 임기 마치고 나서 줄을 타고 가는 자리가 국립대학 총장 자리였다. 그 과정에서도 온갖 로비가 있었다.

    총장 임명제가 워낙 문제가 많아 개선하는 차원에서 직선제로 바꾼 것이 20년 남짓한데, 지금 교육부에서는 직선제를 비판하면서 임명제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국립대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음모가 있다. 그런데도 언론인들은 그 음모를 모르고 임명제를 지지하고 있다.

    두 가지 제도를 다 경험한 필자가 보기에는 둘 다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직선제가 낫다고 할 수 있다.

    제도가 문제를 해결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문제를 해결시켜 주는 것이다. ‘학덕이 높고 명망이 큰 인물’을 찾아서 대학총장으로 뽑아야 하는데, 직선제나 임명제나 다 이런 인물을 찾는 일은 도외시하고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되어 왔다.* 德 : 큰 덕. * 隆 : 높을 륭.

    * 望 : 바랄 망. * 重 : 무거울 중.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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