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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보는 일본] ‘국화와 칼’에 나타나 있는 모순

  • 기사입력 : 2009-08-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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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크게는 서구인들의 추상적·관념적 프리즘으로 분석한 ‘일본’과 동양인의 역사적·경험적 시각으로 분석한 ‘일본’이 있다. 이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국화와 칼’이다. 이 책은 ‘일본을 다룬 가장 오래된 고전’으로 오래도록 우리 한국인들에게 읽혀지고 인용되는 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본을 분석한 책들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역사적으로 수천 년의 밀접한 교류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져야 하는 필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일본의 침략에 여러 차례 시달려온 경험이 있기에 그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는 동양적 시각에서 보면 상당한 모순을 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본래 한 국가나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와 역사, 전통과 관습 등에 대해 해박하고 정통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베네딕트 여사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한 번도 일본에서 거주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저자의 결격 사유는 책의 곳곳에서 모순으로 드러나 있다.

    먼저 동양인들의 기본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모순을 들 수 있다. 그 극단적인 예가 충, 효, 의리, 덕이라는 유교적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그 이해를 위해 여러 장에 걸쳐 설명하고 부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인의 충효사상이 우리와 다른 일면도 없잖아 있기는 하다. 역사적으로 그들은 무사계급이 지배사회를 이루고 산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같은 충효정신이라도 한국인과 다소 그 적용의 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은 충과 효가 갈등을 일으킬 경우 그들은 효를 버리고 충을 택한 예가 많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에 효를 택한 예가 많음을 역사를 통해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충과 효를 적용하는 가치관의 차이일 뿐 그 근본개념에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다음으로, 일본인의 생활양식을 주위에서 관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인의 통과의례에 관해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주위의 사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에 대한 관심은 문화인류학자의 시각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 병사들의 후배 다루기라든가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고찰은 현대 일본사회의 변화된 현상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엄격한 상명하복의 일본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군대생활에서 굳어진다는 이야기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관한 절대적인 어머니의 역할 등은 현대 일본사회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오히려 지금의 일본은 당시에 병사들의 구술로 들은 엄격한 일본의 사회구조가 허물어져 있는 상태처럼 보이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위대 기지에 초대되어 그들의 열병과 분열을 보았을 때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경험도 베네딕트 여사의 예언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의 일본 자위대 병사들은 열병 시에 경례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분열 시에는 발도 제대로 잘 맞추지 못한다. 훈련도 일사불란하지 못하고 탱크의 포신 하나 돌리는데 몇 번이나 수정을 거듭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징병제 군인이 아니고 말 그대로 모병제의 ‘자위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가능하다.

    베네딕트 여사가 그렇게 철저하게 아이들을 통제한다고 보았던 일본의 자녀교육은 이미 학교가 교실 붕괴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우려하는 상황으로까지 달라졌다. 여기에 ‘오타쿠족(お宅族: 마니아)’과 ‘히키코모리족(引きこもり族: 은둔형 외톨이)’ 같은 청소년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 역시 현대병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는 세계의 변화와 같이한다. 베네딕트 여사는 이러한 일본을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임 일 규

    日 히로시마한국교육원 원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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