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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회적 문제로 변한 ‘기러기 아빠’

  • 기사입력 : 2009-0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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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들 주변에도 기러기 아빠들이 은근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연봉이 어찌 됐든 자식들과 아내를 외국에 보내 놓고 적지 않은 비용을 매번 대주기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누군가 장난이라도 치듯 롤러코스터를 타는 환율 탓에 더욱 등골이 휠 지경에 이르러 몇 십원의 오름세에도 손이 바들바들 떨릴 것이다.

    자식을 외국에 보내 놓고 학비와 생활비를 보태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들이 느끼는 무력감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내와 이혼한 충격에 자살을 선택한 기러기 아빠 등 관련된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면서 이는 더 이상 단순히 한 가정사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변화됐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과도한 헌신이 문제점처럼 제기되기도 한다. 비싼 대학 등록금을 모두 제공해 주고, 용돈도 주고, 원하면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유학까지 보내 주고 자식이 아이를 낳으면 또 그들의 자식까지 봐준다. 이만큼 자녀에게 헌신적인 나라가 또 있을까.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일등 지상주의와 과열된 교육열, 자식에 대한 유별난 애착이 낳은 새로운 풍속도인 기러기 가족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러기 아빠가 자신을 잘 추스르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과 사회에서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식과 부인을 먼 외국으로 보내 놓고 텅 빈 아파트에서 라면으로 생활을 하다가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쓸쓸히 생활하는 요즘 아빠들의 모습은 확실히 뭐가 잘못되어 있다.

    아이들의 지식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과 나누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특히 기러기 아빠가 되는 시점이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는 사춘기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가 부여하는 적절한 권위는 아이들의 발달에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기러기 아빠와 같은 일방적인 희생은 오히려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박은진(경남대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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