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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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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자율화는 학교 학원화 정책

  • 기사입력 : 2008-06-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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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을 읽고

    안녕하십니까? 6월 10일 김규원 회장님께서 쓰신 ‘학교 현장에서 자율과 경쟁 외면은 시대착오적이다라’는 요지의 학교자율화 조치를 찬성한다는 글을 읽고 현 교육정책에 대한 학생들과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가 상당히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진주에서 중학교 2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이면서 회장님께서 언급하신 교육 선택권을 가진 교육수요자의 한 사람입니다. 교육수요자라는 말에 교육을 상품화하여 시장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에 교육수요자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현 교육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전달해 드리고 싶어서 사용합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마치 자율과 경쟁이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처럼 획일적인 통제의 반대 개념으로 자율을 상치시키고 고교평준화를 하향평준화로 폄하하면서 왜곡된 방식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님 또한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우열반 편성과 0교시 부활 논쟁은 자율과 경쟁이라는 큰 산을 보지 못하는 행위라고 빗대어 학생들의 고통을 폄하하고 있습니다. 입시경쟁에서 승리와 고교평준화 해체가 큰 산이고 0교시와 우열반 등의 논쟁이 작은 이익을 좇는 행위라면 기꺼이 학생들은 숲을 보지 않고 나무를 선택할 것입니다.

    4·15학교자율화 조치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떤 자율권을 허락하셨나요? 여전히 두발 자유는 금지되고 체벌이 행해지고 있으며 학생회 법제화 요구는 사문화되었습니다. 민간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사학의 개방형 이사제도도 무력화시켜 재단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될 수 있도록 조장한 사람들이 바로 학교자율을 주장하고 있는 현 정부입니다. 교육의 지방분권화를 강조하면서 교육재정의 10%를 감축하여 교육복지가 축소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자사고 설립과 특목고 설립은 확대하여 교육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무감각하고 학생들이 잠 좀 자자는 외침에도 귀를 닫는 것이 학교자율권의 실상이며 선택권 보장의 현주소입니다. 학교장과 교육청의 자율권만 확대된 것이나 다름없는 데도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4·15 학교자율화 조치 이후 학부모들이 받아든 것은 사설모의고사 응시료 9000원을 내라는 가정통신문이었습니다. 사설모의고사를 치자고 결정한 주체는 교장단협의회였습니다. 교육정책이 기본방향이나 기조도 없이 시류에 휩쓸려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설모의고사 업체가 벌어들인 수익이 올해는 지난해에 견주어 두 배로 늘어난 40억원이었습니다.

    교육과 평가권은 해당 학교에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며 교육과정 운영 지침에도 신뢰도와 타당도를 고려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국가적 수준에서 기준을 제시할 만큼 중요한 교육행위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학생들을 줄 세우는 교육 평가에 몰두하여 평가권을 외부 사설업체에 넘기고 있으며 이러한 일을 정부나 교육청을 비롯하여 학교에서도 조장하거나 방관하면서 공교육 붕괴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자율과 경쟁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식 교육정책은 자율과 경쟁이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영역을 사교육에 일임하여 학교를 학원화하는 정책입니다. 교육의 공적인 영역은 국가가 책임지고 자율권 확대는 교육의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들을 무한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사교육을 학교에 끌어들이는 행위는 교육의 공공성에 배치되는 것입니다. 잠 좀 자고 밥 좀 먹자고 외치는 학생들의 아우성을 작은 이익이라고 폄하하면서 자율과 선택권을 강조하는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멈추길 바랍니다. 그리고 왜곡된 자율과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 마련이 우선되길 바랍니다.

    김 현 옥

    경남교육연대 준비위원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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