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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마음 맑히기

  • 기사입력 : 2007-05-02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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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월이 오면 우리는 설레는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 머지않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어떤 준비로 맞을 것인가? 어떻게 준비해서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인가? 지난해보다 나은 준비를 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신심을 내도록 해야 할 텐데…. 기다림과 부담감이 혼재하여 가슴을 뛰게 하는 날들이다.

    각 절마다 연등 만들기는 진작 시작되어 법당 천장에 이미 형형색색의 등이 달리기 시작했다. 스님들과 신도들의 손끝은 연잎 만들기로 분홍색 노란색 물이 들고. 종이 오리기로 시달린 엄지손가락은 굳은살 못이 박이기도 한다.

    철사나 대나무를 힘들여 구부리고 비틀어서 온갖 모양의 등을 만들어서 색을 넣고 무늬를 그려서 그날 부처님 오신 날에 화려한 불을 켜 달고. 참나무 껍질을 태워서 만든 산화불꽃을 터트리면 사월 초여드레 그날은 가슴 설레어 기다린 만큼이나 휘황하고 아름답다.

    저마다의 손으로 빚어낸 조촐한 정성의 형형색색 등이며. 저마다의 손으로 만든 지극한 정성의 불꽃이다. 어깨 아프도록 손이 저리도록 여러 날을 준비하여 만들어 밝히는 등불의 밤이니 감회가 그림 되지 않을 수 있으랴?

    “정성이 깊으면 무너지지 않는 탑을 쌓을 수 있고 힘을 다하여 기르면 부러지지 않는 나무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손으로 몸으로 정성으로 많은 시간 소모하며 이루어낸 일은 감회가 깊고 성취감도 크기 마련이다.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든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만들어 켜는 등의 어여쁨을 일깨울 수 있으면 좋겠다.

    주리반트카는 기억력도 지능지수도 다른 이에 비해 매우 떨어지는 그러나 착하기는 누구보다 앞서는 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부처님 가르치심을 열심히 암송하며 수행에 열중하고 있는데 자신은 가르침을 기억하지 못해서 수행하지 못하는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신 부처님께서는 빗자루를 가져다주시며 다른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마당만 열심히 쓸면서….

    “때를 닦자. 마음의 때를 닦자”만 열심히 외우라고 하셨다.

    착한 주리반트카는 부처님께서 시키신 대로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아침에 혼자 일어나 마당을 모두 쓸며 “때를 닦자. 마음의 때를 닦자”를 외웠다.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을 빗자루 들고 마당을 쓸며 “때를 닦자. 마음의 때를 닦자”를 열심히 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음에 때가 다 지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전의 구절들도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이 생겼고 어떤 말씀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도 생겼다. 이젠 동료들의 놀림을 받던 과거의 주리반트카가 아니었다. 동료들의 공부를 이끌어주고 수행을 점검해 줄 수 있는 아라한이 된 것이다.

    우리가 밝혀 드는 올해의 등이 저마다의 마음에 때를 다 닦아내는 진정한 광명의 등이 되기를 가슴 설레도록 기원한다. 정성을 다해 맞이하는 사월 초여드레가 정성 다해 사는 삶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가 내 사랑을 알지 못해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비 오는 날 창문에 어른거리는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그를 알기 전 아플 때엔 너무 힘들었지만 이젠 아플 때 그를 생각하기만 해도 아픔이 줄어지는 기쁨을 느낍니다.”

    어떤 이의 글 한 구절 빌렸는데. 마음의 때가 등불 빛으로 다 지워져서 미운 사람 하나도 없어져서 이젠 욕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해맑음이 모두에게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진해대광사 운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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